탐미/문화인코스프레
시 [월미도]
AgnesKim
2010. 5. 26. 14:14
월미도
공광규
얼음길을 우두둑 우두둑 밟으며
내 흰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달빛 아래 잠깐 빛났다 부서진 청춘이여!
밟고 온 얼음길을 뒤돌아보니
헬륨가로등에서 쏟아진 피가 흥건하다.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안 된다며
후회를 바람으로 빨아대는 선창의 깃발,
먼 섬의 불빛이 깜박깜박
네 참회가 그렇게 차가우냐며
취한 눈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그렇다! 나는 난파했다.
섬아 너에게 가 닿고 싶었다.
카페의 홍등이 충혈된 눈으로
걸어가는 난파선 한 척을 바라본다.
흐린 별이 나를 내려다보고
측은하여 눈물이 그렁하다.
낡은 소주집이 우울을 달래고 가라며
양철 연통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댄다.
술집에서 새어나온 흘러간 노래가
곡선으로 흘러나와 곡선으로 흘러간다.
왜 흘러간 세월을 파는 가게는 없는 걸까?
잘못 흘러온 길이 막막하여 온몸을 떤다.
네 후회가 그렇게 추우냐 추우냐며
파도가 거품을 물고 해안을 기어오르며 말을 건다.
그래, 나는 잘 못 살고 있다!
맑은 소주잔을 얼음 위에 던지니
흰 뼈에 달빛이 놀라 튄다.
출처: '유심'(2001.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