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여직원
지금 일하고 있는 고객사에서 다른 곳에서 보다 자주 듣는 단어가 있다.
바로 "행정여직원".
십몇년을 직장생활을 하며 수많은 고객사를 다녔지만 지금의 고객사에서만큼 일상적으로 관용구처럼 들었던 적은 없었다.
오늘. 회의 중에도 고객사 직원이던 내 소속사 직원이던 화자의 소속과 개인의 성별에 무관하게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는 단어.
회사들마다, 행정업무 전담 직원이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다.
(요즘은 많이들 있는 듯도 하다)
이들 대부분은 계약직으로, 각 부서 내 비용처리 및 각종 문서 수발 등의 루틴하고 손이 많이 가는 업무를 주로 하고
경우에 따라 비서직을 겸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젊은 여직원들이 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 단어를 들으면서 몇년전 소개팅을 가장한 선을 통해 만났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때 난 서른 한살. 한참 일에 재미를 붙이고 일 할 때였고, 또한 한명의 독립 컨설턴트로서 내가 맏은 분야의 업무를 책임지고 진행하던 때였다.
그때 그 사람의 나이 아마도 서른셋.
모 중공업 회사 연구소에 있던 그 사람은
주변에 "여자사람 회사원" 이라곤 위에 말한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직원 외에는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일해서인지, 그리고 대기업 연구소 라는 업무 환경상의 특성 때문인지, 내가 말하는 "이것은 내 일 이다" 라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오늘 회의중에는.
이 "행정 여직원" 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불편해졌었다.
"행정 남직원"은 없는걸까.
언제부터 "행정 잡무" 라 불리는 업무들은 "여직원" 만의 고유 롤이 된걸까.
그리고. 왜 아무도 "행정직" 이라고 부르지 않는 걸까.
그들은 그저. "사무행정"이라는 직무를 지니는 직원일 뿐일텐데.
내 팀의 모 여자 과장 입에서 계속적으로 "행정 여직원" 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는 것을 듣다보니,
신경이 거슬리고, 뭔가 떠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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