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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1 음식. 그리고 편식. 4
잡설2012. 3. 21. 02:20

오늘은 유독 음식에 대한 생각이 두가지나 들었던 날.


하나는 점심때.
청포묵 무침.. .인듯한 반찬이 나왔는데.
청포묵, 게맛살, 당근, 오이 등을 해파리 냉채를 만들듯이 겨자넣어 매콤하게 한 것이었다.
그걸 보니 든 생각.
오이나 당근을 싫어하고 안먹는 사람이 주변에 꽤 있는데.
둘 다를 싫어하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가 아는 음식 중엔 둘 다가 들어가는 음식이 꽤 많다..
이게 참 히얀하다.. 는 생각.
사실. 음식의 색감.. 으로 생각하면 붉은색과 녹색이 예쁘게 어울린다 생각되니,
호사스런 음식(이를테면 잡채라던가? 볶음밥 처럼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여도 손 많이가고 호사스런 음식)에는 둘 다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듯.
색도 반대편으로 강렬한데, 향도 둘다 강한편.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알겠으나
 - 오이를 싫어하던 친구 한명은 오이비누 따위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했었고
   당근을 싫어하던 친구 한명은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시켰을 때 당근이 들어있으면 그걸 다 골라내서 먹는 정도였다. - 
글쎄..? 하다못해 고깃집을 가도 오이랑 당근은 어여쁘게 썰려 나오지 않던가...? 라며 ㅎ 


두번째 음식 생각은. 야밤에 집에 들어와 허기를 참지 못하고 두부에 지진김치를 먹으며.
사실 난 어릴 때 편식 대마왕이었다. 
우유도 안먹었고 요플레 같은것도 안먹었고
두유도 안먹었고
콩도 싫어했고
당연히 콩으로 만든 두부도 안먹었으며
소세지류도 싫어했고 - 특히나 비엔나 소시지 라던가, 진주햄, 롯데햄 등등 그당시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등장하던 것들은 손도 안댔었다 - 
계란도 싫어했고
물론. 한약도 싫어했다.
뭐. 단백질원이 될 것은 다 싫어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어찌보면 참 저렴한 입맛이었던 나는.
김치만 있으면 밥을 잘 먹었고
그저 된장찌개 하나 있으면 됬었고
고사리 등 나물이라도 있는 날은 거의 독식 하다시피 했고
제삿날이라도 지나거나 명절 지나 집에 삼색나물 무침이라도 있던 날은 나물그릇을 앞에 끼고 마구마구 먹었었다. ㅋ
다만. 어릴때 아침식사로 어머니가 주로 씨리얼을 주셨다는 문제? 내지는 빵에 계란넣어 주셨다는 문제.... 가 있었을 뿐. ㅋ 
그리고 그눔의 의무급식으로 서x우유을 학교에서 강제로 먹였는데, 친구에게 주기라도 하면 혼나는? 뭐 그런 이상한 시기였다는 문제랄까. 

여전히 우유와 두유는 안먹지만.
그리고 여전히 나물이라던가 김치가 있으면 행복하지만.
이젠 계란도 먹고. 햄도, 소시지도 먹고, 요플레도, 치즈도 먹는다. 
그리고 두부는 일상 간식. 여름이면 콩국수가 땡길만큼. 뭐. 그렇다. 

입맛이 바뀌게 된 건 대학을 들어가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닥 넉넉치 못한 상태였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회사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밥을 - 정말 맛없었지만 급유하는 심정으로 - 싹싹 비웠었고. 그렇게 먹으면서 그리고 아마도 식품 가공기술(?)의 발전에 의해 많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게 된듯 하다. 
그 이후로는 재료 자체의 맛들을 즐기기 시작하게 되기도 했고...
그덕인지 이젠 체중이 기하급수로 늘고있............... 



참 그렇게 싫어라 하던 두부가
이젠 참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있다는 지점에서 새삼 "오 놀라워라- " 의 심정이 들었다고나.



반면. 어릴때 잘 먹었던 것 같은 음식 중에서 번데기는 이젠 못먹는다. 
어릴때 두부를 안먹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 
(절대 시각적인 부분이라거나 와 관계없다. 그게 문제가 된다면 내가 곱창전골 같은 음식을 예나 지금이나 사랑해 마지않는 것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뭐. 
그러고 보니 이제 내가 안먹는 음식은. 
다섯가지 뿐인듯.
우유. 두유 - 여전히. 적응할 수 없는 음식.
번데기 - 알 수 없는 비릿한 맛을 견딜 수가 없다. 
홍어 - 먹을 수는 있긴 하지만 사실 즐기진 못하겠다. 과메기 까진 먹겠는데 이건 춈 어려운듯.
마지막으로 단고기. - 사실 이건 굉장히 맛난 곳을 알고 있고 전에 꽤 먹기도 했지만. 요즘은 왠지 베컴군 때문에 즐기기가 미안해져서 못먹겠다. 맛있긴 하지만 비싸고 뭔가 마음한편이 불편해져야 한다는 비용을 생각하면 나름 ROI가 안나오는 음식이라는 관점일듯. 


  
자. 저 다섯가지 이외의 모든 음식은.
-고수(실란트로)를 왕창 넣은 음식까지 포함해서-
정말 맛있게 먹어드릴 의향도, 취향도 가능하니
제게 조공을 바쳐주시면 감사하겠...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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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