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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7 덕후. 또는 오덕. 또는 오타쿠. 3
잡설2010. 8. 7. 16:22

오늘 우연히 보게 된 트윗 전문. 출처는 http://www.twitlonger.com/show/2vdp17


 
지금은 온라인 활동을 그만 둔(그래서 출처 링크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아는 분의 블로그 글 중 일부: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좌절된 욕망을 알아채야 한다. 모든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 간절하게 바랬지만 결국 가질 수 없었던 그 무엇. 그리고 비참한 삶의 궤적들. 입시에서의 실패. 처절한 실연. 지겨운 가난. 부자유스러운 신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외로움. 이처럼 모든 사람의 삶에는 필연적으로 어떤 좌절들이 존재한다. 어떤 것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거나, 그것을 어떻게 해보기에는 너무 어린 시절에 모든 것들이 끝나버린다. 그것은 한 사람의 자아에 깊은 상흔을 남긴다.

드라마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로소 시작한다. 그 좌절된 욕망을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거나 탓하는 것은 가장 손쉬우면서도 간단한 선택지다. 애초에 진정으로 원한 것은 자신의 상승 혹은 변화였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힘들다고 판단되자,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진 누군가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거의 노력이 들지 않으며 마음 또한 편안하다. 수많은 소문과 험담은 그렇게 좌절한 소문생산자들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뭔가 구린 게 있을 거야. 사실 걔 XX래. 젊었을 때 XXX를 했대. 웃겨. 주제에. 내가 올라갈 수 없으면 누군가를 끌어내리면 된다. 낙차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식이다.

이것을 보면 왜 학교가 그토록 심각한 폭력과 질투와 불신이 난무하는 사교의 정글인지는 명백한 일이다. 학생들 개개인은 혼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제도의 부조리를 제각각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나가기에도, 그렇다고 한 계단을 오르기 위해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과 돈을 부어야 하는 피라미드를 오르기에도 그들은 너무나 버겁다. 혹은 자신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성인들에게 맞서기에도 시스템은 너무나 공고하다. 그래서 그들은 옆에 있는 동료를 물어뜯는다.

조금 덜 간단한 것으로는 색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그 쓰라림을 잊는 방법이 있다. 술, 도박, 여자... 좀더 친숙한 것도 있다. 만화, 영화, 게임, 쇼핑...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타쿠가 된다. 오타쿠란 별 게 아니다. 꼭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애니메이션만 보면서 옷 못입는 남자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목적없는 성장이야말로 오타쿠의 본질이다. 그들은 박학다식해지고 테크니컬해지며 남다르게 변한다. 하지만 목적은 없다. 따라서 성취도 없다.

오타쿠 문화가 곧 루저의 동의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무리 옷 잘입고 애인 있는 오타쿠라도 그의 심오한 취미 기저에는 뿌리깊은 좌절이 존재한다. 바다건너 누군가의 이론에 탐닉하는 지식인과 매 시즌 유행을 빠삭하게 꿰는 신상녀와 방구석에서 게임에 몰두하며 중독에 빠져드는 십대 소년과 서구 예술영화의 계보를 줄줄이 꿰는 씨네필과 알콜중독자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좌절된 욕망, 그 야수와 싸우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애를 쓴다. 그는 영원히 자신을 증명할 수 없다. 원래 되려고 했던 것도 될 수가 없다. 아니, 무언가가 되려고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좀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좌절된 욕망을 실현시키려 안간힘을 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거의 실패 혹은 자신의 불리함을 만회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속임수 내지는 협잡쯤은 생길 수도 있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갈 수도 있으며 가까운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매매하고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지며 서서히 본래의 인간성을 잃어간다. 하지만 결국 기어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

그렇게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들은… 대개가 깨닫는다. 이 산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돌아가려 해도 이미 자신이 변해버렸기에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곳에 오르기까지 그들은 너무 많은 댓가를 치렀고 그곳에 있기 위해서도 계속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이미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지금 내 위치는 어느쪽일까.
안간힘을 쓰는 쪽일까 덕후로 가는 쪽일까.

사실 무엇이 되려고 했는지는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덕후라고 하기에도... 아는것이라던가 열정을 쏟는 곳도 없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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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