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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31 도시락
잡설2014. 3. 31. 12:35

점심으로 현재 고객사 주변의 모 식당에서 "양푼비빔밥" 이란 걸 먹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 

아니 학생시절. 

나는 "도시락" 세대였다. 

항상 아침이면 도시락을 챙겨 학교를 갔었고

고등학생때면 도시락을 두개 싸들고 다녔었다.


초등학교때 교실에 있던 난로는 

갈탄을 때던 난로. 

그땐 아마 보온도시락이란게 없던시절. 

추웠던 겨울에 교실 한가운데 있던 신문지와 말린 우유팩을 불쏘시개 삼아 갈탄을 때던 난로 곁에는

아이들이 다치는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인지 철제 프레임이 네모지게 둘러있었고

그 프레임에 도시락들을 얹어두었다가 점심때 따뜻해진(또는 덜 식은) 밥을 먹던 기억과

(강제된 급식) 우유를 데워 먹던 기억. 


오학년때였던가.

어느날 선생님이 커다란 양푼(? 대야? 바께스?)를 가져와서 

급우들 전체의 도시락밥과 반찬을 다 넣고 슥슥 비벼서 다같이 나눠먹었던 기억. 


그리고 항상 어른들이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을 말씀하실 때 어김없이 등장하던, 

"도시락 맨 아래 숨겨두었던 계란 후라이" 의 이야기에 대한 기억. 



그리고 고등학생때, 

일곱시까지 등교해서 1교시가 끝나면 열시경. 

점심도시락으로 싸왔던 밥을 그때부터 먹기 시작하고 

점심시간이면 매점으로 뛰어갔던 기억. 

(신기한건, 매점에서 과연 맨날 뭘 먹고 다녔는지는 기억에 남는게 없다)

(또는 저녁 도시락을 아마 점심에 먹고, 저녁엔 뭔가를 용돈을 쪼개 사먹었을거다) 


요즘 아이들은 모두가 급식을 한다고 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계속.

그렇게 급식만 먹고 지낸 지금의 친구들은. 

아마 


점심시간에 친구의 반찬을 빼앗아 먹고, 바꿔먹는 기억이라던가 

다같이 밥을 비벼 먹는 기억이라던가

쉬는시간에 까먹던 도시락의 기억, 

수업시간에 맨 뒷 줄에서 몰래 수업중에 밥먹는 기억

뭐 그런 기억은 없겠구나..

있을수가 없겠구나..


하면서 좀 불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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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