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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3 그때 그 시절.
잡설2014. 3. 3. 11:36

어린시절 다녔던 학교의 모 선생님 부고. 

그래서 오래간만에 들어가본 학교 홈피의 선생님 소개에

이제 낮익은 이름의 선생님은 몇 분 안계시고.. 

그래도. 중3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직 계시는구나.. 


다른 선생님들은.

그때 그 선생님들은 다들 어디가셨을까.. 


겨울이면 스토브에 고구마 구워먹으며 수업했던 국어선생님도.

하늘하늘 현대무용을 전공하셨던 체육선생님 - 덕에 갑자기 무용으로 진로를 바꾸었던 친구도 있었던 - 도, 

보라색 스타킹을 좋아하셨던 미술 선생님도. 

다들 어디가셨을까. 


봄이면, 학급 환경미화작업을 한다고 저녁까지 남아 컨셉을 잡고 시트지를 잘라 꾸미던 교실.

그리고 전학년 전 반의 합창대회. 

체육대회.

시화전.


봄에 피던 앙증맞은 은방울꽃. 


여름이면 담쟁이가 뒤덮었던 도서관. 

도서대출카드에 이름을 적고, 

원하는 책이 들어올 때 까지 또 다른 책들을 찾아 헤메던 장서관. 


방학 중 중간소집일에 가서 "뭐하고 지냈냐"는 담임쌤의 말씀에 

"학원 두어군데 다니고, 공부하고, 책보고 지냈다-" 는 나의 대답에 

"왜 그러고 사느냐" 고 물어보셨던 아직도 그 학교에 계신 나의 담임쌤. 


쉬는시간이면 (조금)과격한 장난으로 청치마까지 찢어먹던 나의 친구는 이제 누구보다도 여성스러운 모습의 싸모님이 되어 

아이를 키우고 있고. 

합창대회에서의 슈퍼스타였던 친구는 예고에 진학했다는 소식 이후로 알 길이 없고 

목소리가 아름다웠던 친구는 S대 법대에 진학했다는 소식 이후로 알 길이 없고


그렇게 

그 시절 이후로 

이십오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나쁜기억 없이 지냈던 마지막 시절로서의 그곳을.

안좋은 기사로 만나게 되니

서글프다. 



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