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문화인코스프레'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1.11.01 오페라 [Take Out] 본공연 관람기 2
  2. 2011.09.19 오페라 [Take Out] 시연회 2
  3. 2010.06.04 전시 [신의 손, 로댕]
  4. 2010.06.04 사진전 [골목 안, 넓은 세상]
  5. 2010.05.26 시 [월미도] 1


지난번.
페북이벤트로 시연회를 다녀오고( http://somedaybe.tistory.com/239 )
그리고 오늘.
시월의 마지막 밤. 무려 월요일.
본공연을 보고 왔다.

일단. 월요일에 하는 공연이 흔치 않은데..
이번주는 수목금금금으로 약속들이 들어찰 기미가 보이고 있었고
화요일은 공연이 없으니 오늘 당/첨/

지난번 시연회에서 느낀 바,
"오오미... 오페라레.. 난 누군가 여긴또 어딘가" 라는 느낌을 결코 받을 리 없다는 확신과 함께
(저녁을 못먹어서)가벼운 몸과 가벼운 마음으로 착석한 세미오페라 [Take Out].

역시나 본 오페라에서 비주얼을 담당하고 계신 윤승욱 (Tenor)가 계셨고.
큐트함을 담당하신 박태영 (Baritone) 님.
코믹함을 담당하신 최진혁 (Baritone) 님.
매우매우 인상깊었습니다 :)
(참고로 전 여자사람 및 여배우에게는 별 관심이 없기에
 매력적인 연기를 펼치신 서승미 (Soprano) 님, 박금란 (Soprano) 님, 이선린 (Mezzo-Soprano) 님에 대해서는
 언급할수가 없.. 쿨럭. )

1막에서의 "진이의 아침"과 2막을 여는 "경이의 아침".
같으면서도 다른 서로에 대한 변주. 우아. 이거 환상적이었습니다요.
  - 표현이 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전 무지랭이 이니까요. 여튼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는.
전체적으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노래만으로 드라마가 부드럽게 끌려갑니다. 오오.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
이런거 다 버려버릴 수 있게 도와 줄 좋은 공연.

사실.
미안한 얘기지만..
전에 어떤분이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좋은 음악회 티켓을 주신적이 있는데
가서 상모돌리게 될까봐
혼자 드레스코드에 못맞추고 튈까봐
안갔었다는...

그런식의 "어려움"에 대한 공포라던가.
오페라에 대한 공포. 이런거 다 지워줄 수 있는.
외려 "오페라"라고 붙인게 홍보나 흥행에 더 안좋을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공연입니다.

네.

그런데.


그런데..

저기..

중간에 탱고(?)와 왈츠 공연은..
당최 왜 들어간건지..
한가운데에..
오페라의 흐름과 관계없어보이던데.. 좀 많이 뜬금없던데..
많이 이해하고 해석해서.. - 나름대로 상상하기론 -
2막에서의 왈츠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핑크빛무드로 올라가는 상태에서 그런류의 상상이라던가(만화스럽지만)
하는 의미로라도 붙여보기라도 하겠는데 - 이어지진 않지만 -
1막에서는...
당최..
.
.
.

모르겠어요.. 흑.

마지막에도 다같이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냥 배우분들만 조금 더 연습해서 조금 더 예쁘게 추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굉장히.. 그 두분.. 언발란스하고 툭 튀는..


네.
그래도 있잖아요.
저.. 발레 지젤 보면서 졸았었고(무려 루브르발레단인가가 와서 한건데.. 쿨럭)
연극 노인과 바다 보면서 졸렸었능데요.
이 공연은.
그냥 즐거운 뮤지컬 보듯이
그렇게 즐겁게 봤어요. :)

옆에 계시던 남자분 한분은 코골고 주무셨지만.. - 아. 민폐. 집중력 저하. 흑흑.
왠지 각 막이 시작될 떄의 서곡과 간주곡이.. 청중을 재우는 효과를 일으킨듯도........
(서곡과 간주곡에서는 안들리던 코골이 소리가 그 뒤로 들렸기 떄문일 뿐 .. 쿨럭)


아. 정말.. 1막에서의 춤은..
연극 [병신삼단로봇]을 봤을 떄 코메디인양 블랙코메디인양 잘 흘러가다가 갑자기 "호접몽" 류의 이야기를 절규하며 외칠 때
당황했던 .. 그런 느낌이었달까;;

뭐. 춤은. 매우 멋지게 잘 추십니다.
그냥.
제겐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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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문화의 무지랭이인 나.
오오미.
오페라레....
근데 생각해보니
오페라는 본적이 한번도 없.. 지요. 네.
그냥. 페북에서 뭐 한다고 하니 덥석. 물었습니다.
(나는야 쉬운사람)

그렇게 시연회에 다녀왔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중학교때 친했던(또는 나혼자 친하고 싶어했던?) 친구 한명이
취미로 성악을 배우던 아해가 있었습니다.
교수님 집안 - 아마 일가에 교수님 친인척이 대여섯분이라 들은듯 - 의 아이인데,
음대교수님이 친척분중에 있어서였던가.. 잘 기억은..

뭐. 그 아해가 노래를 부르능데, 알아듣기가 힘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성악식(? 오페라식?) 발성이라 했던 것 같습니다.

아. 이런. 이것도 그러려나.. 하고 고민하며 자리에 앉습니다.
여긴 어딘가. 난 누군가.. 를 느끼겠구나.. 라며.

응.
근데.
공연올라가기까지 이제 한달하고 쪼끔 더 남았다능데
음.
한달동안 꽤나 바쁘셔야겠다 싶습니다.
뭐. 전 오페라는 모르니깐.
근데 뮤지컬과 오페라의 중간 어드메쯤에 자리를 잡으려 하시능 이 공연이라면
연기라던가. 동선이라던가 다 맞추려면..
배우들의 소리의 폭도 맞추려면..
꽤나 바쁜 한달을 보내실듯 싶습니다.

공연 자체는 꽤나 뮤지컬 스럽습니다.
약간의 성악 식 발성으로 만든 뮤지컬? 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도 같습니다.
그덕에 쉽습니다.
노래도 쉽고 내용도 쉽고
그래서 "여긴 어디.. 난 누구.. 이건 뭔가.." 라는 느낌은 안듭니다 - 다행이예염 =3

줄타기만 잘 하면..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해줄 좋은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이거 뮤지컬 아냐?" 라는 생각이 들것도 같습니다.

본공연이.. 어찌 나오게 될지 궁금해지게 하는 시연회였다는게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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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김기찬님의 사진전을 보고나서.
뒤의 경희궁을 산책하고.
덕수궁길로. 나오다가. 우연히 가게 된 전시. "신의 손, 로댕".

사실. 시립미술관이 비싼 특별전을 많이 하긴 하지만.
잘 안가게 된다.
그 이유 하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또하나는 꼭 그렇게 비싸게. 비싼 전시를 유치해야만 하는가. 왜 거기만 사람이 많고
수많은 좋은 작은 전시들은 다들 텅텅 비는가. 에 대한 약간의 반감.
하지만 그러면서 나도 결국은 들어가서 본다;;
시간이 허락하는한은;;

무려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는 말에 덥석.
(결론은. 굉장히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

남들은 일하는 나만의 휴일이었던지라.
그리고 시작된지 얼마 안되었던 시기였어서.
무려 관람거리가 확보되는 기쁨이 있었다.

"손"에 집착한 작가. 로댕.
아. 물론. 금번 전시 테마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기도 했겠지만.

들어가자 마자 나타나는 글귀.

이사야.66:2.
"나의 손이 모든 것을 지어서 다 이루었나니..."

마치.
로댕의 손은
모든것을 다 할 수 있는 손을 가진자. 로댕. 이라는듯한.
자만에 가득한.
살짝 재수없음을 느끼며.

분명.
굉장한 조각가일 것이다.
굉장한 조각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난 로렌쪼 베르니니가 백만배쯤 더 좋다.
그리고 그가 백만배쯤 더 천재라고. 최고의 조각가라고. 생각된다.

로댕의 작품.
사실 난 무지랭이인지라.
잘 모르겠다.
손에 집착한 로댕의 손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굉장했지만.
생각하는 사람 이라던가.
그닥 별로.
오디오 가이드도 완전 별로.
차라리 미리 알았다면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가는것이 좋을 뻔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렌쪼 베르니니는.
난 그의 이름도 몰랐고
완전 무지랭이의 상태에서.
06년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그가 만든 다프네와.
그가 만든 다비드를 보고.
얼어버릴수 밖에 없었고.
그저. 그 앞을 떠날수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작품설명 DVD를 샀다!! 무지랭이 주제에!! 그걸 다시 보고싶다는 욕심 하나만으로! )

근데 로댕은 아니야.. ㅋ
뭐. 다른 작가이고.
다른 표현. 다른 방식. 다른 방향.

들어서자마자 이사야서의 글귀를 보고 마음상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프랑스에 가도.
아마. 굳이. 찾아가지는 않게 될듯.





결국은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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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조금 늦은 포스팅.
지난 오월 초. 현재 일하고 있는 고객사의 노조창립기념일인지 뭔지 하는 날로 .
남들 다 일하는 날 운좋게 휴일이어서.
트윗에서 어떤분이 알려주셨던 이 사진전에 다녀왔었다.
사진전 가는 길이라 하니 친구들 왈, "맥쿼리 그거 가냐" 라고들 물어봤지만.
난 사실 맥쿼리 전이 하고 있는지도 몰랐었..
뭐 나중에 맥쿼리 전을 가긴 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전시가 더 좋았다.

꽤 오랜 시간 중림동 등 서울의 골목길들과 골목길 안의 풍경을 찍어온 故 김기찬 작가.
좋은 사진들은 구글링 하면 많이 나오니 각자들 찾아보시길.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나는 사진전.
"사라지는 골목 이 아닌 살아지는 골목"을 발견하겠다던.
그런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사진전이었달까.

이미 끝나버려 조금 아쉬운.

아마 이런 사진이 맥쿼리 전이나 그런것 보다 내게 더 다가온것은.
내가 서울 사람이기 때문인 것도 있으려니.
남들이 고향을 말할 때.
나의 고향은 서울. 이라는 말 외에는 할 수 없는.
인생 첫번째 기억이
세돌 무렵 거대단지 은마아파트 입주하면서 이사들어가던 기억이니.
노란 택시에 외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뒷자리에 타고.
노란 주전자에 물을 담아. 그 주전자의 물을 쏟지 않게하라는 주의를 들으며.
이사갈 집으로 가고.
그 아파트 건물 1층에서
큰 외삼촌이 타고 오는 이삿짐 트럭이 늦는다며 기다리던 기억.
너무도 생생한 세돌 무렵의 기억.

그때의 서울은.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참동안.
서울은 지금과 달랐고.
서울은 변해버렸다.


다음은 故 김기찬 작가의 사진집 원고 내용이다. 91년.

나는 서울 사람. 나의 고향은 진정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린시절 피라미나 붕어가 팔딱거리던 외가집앞 냇가였던가, 아니면 티없이 뛰놀았던 국민학교 운동장 이었던가, 또 아니면 광화문 비각 뒷골목 드럼통 몇 개 엎어 놓았던 대포집 이었던가?

어떻게 하면 내 고향에 되돌아 갈 수 있는건가?
어떨게 하면 마음 속 깊은 곳 지워지지 않는 고향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일까?
600년 역사를 가진 고도. 천만의 인구를 가진 거대도시 서울. 궁궐과 성문 몇 개 빼놓으면 문화적 유산이라고는 없는 도시. 허지만 산과 강이 둘러쳐진 서울은 풍수쟁이가 아니더라도 자연 경관에 있어 세계 최고의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서울은 변했다. 손때 묻은 나무 전신주도, 헌집도 없어지고 모든 것이 새로 들어섰다.
길도 넓어지고 자동차도 많아졌다. 어린시절 개천가도 없어지고 강물이 보이던 언덕도, 괴물같은 아파트로 덮어버렸다.
우리는 건물 속에서 일어나서 버스 속에서 우리들의 아침얼굴을 보고 도시 속으로 들어간다. 길거리에는 광고만이 널려있고, 건물과 건물. 거기에는 산재해 있는 일들과. 만나야 할 얼굴들이. 건물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건물 속에서 헤엄치며 지하철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언젠가는 여기를 벗어나 나의 고향에 꼭 돌아가야 한다고 뇌까려 본다.

어느해, 어느 날, 어렸을 적 아름답게 채색되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뛰놀던 골목을 찾는다. 도심 한가운데, 빌딩 숲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던 우리들의 고향의 모습이 떠오른다.
삶이 힘겹고, 딛는 땅이 비좁고 초라해도 골목안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서로를 아끼는 훈훈한 인정이 있고, 끈질긴 삶의 집착과 미래를 향한 꿈이 있다. 이들은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생활전통을 골목안에 담으며 열심을 다 한다.

나의 고향 서울, 아직도 빛 바래지 않은 서울의 골목, 어린 시절 추억속의 골목. 마음의 고향이다.
친근한 얼굴들. 그들이 엮는 온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영원히 남기고 싶다.

- 1991. 초가을. 김기찬.
(강조는 내맘대로)

세살무렵부터 살아온 아파트에서.
복도식 아파트의 길쭉한. 한 층에 열다섯 가구가 모여살고 이어지던 그 복도는.
골목의 역할을 해 주었고.
그중 공간이 넓던 엘리베이터 앞의 조금 넓은 공간은
돗자리를 깔고 . 또는 신문지를 깔고 앉아
여름이면 수박을 나누어 먹거나 동네 아이들끼리 놀이를 하던 놀이터 이자 골목의 역할을 해 주었었다.

열쇠없이 집이 비어있을 때면 그 복도에 앉아
옆집 언니/오빠/아줌마/할머니와 놀았고. 잠들었다가 부시시 일어나 집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가끔 복도 난간 위로 올라 걸으며 위험한 놀이를 즐기기도 했었다. (무려 14층에서 )


그리고 고등학생때.
내 기억으로는 인생 두번째의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가보니. 이제 모든 아파트 들은
효율과 전용면적과 그런 계산들로.
계단식 아파트들.
두집이 마주보는 그 작은 공간에는
한시도 이웃과 함께 할 이유도 없는.
다들 자신들만의 동굴과. 누에고치 속에 갇혀있는.
그런 괴물같은 공간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이젠. 앞집도. 윗집도. 아랫집도.
아무도. 모른다.
어린시절.
위층줄과 아래층줄과 우리층 줄의 45세대가
세개의 골목길을 나누어 가지고 살았었으나.
이젠. 한집도 모른다.

그래서. 더
김기찬 작가의 사진들이 즐겁고.
그 사진들이 잘났다는 맥쿼리의 사진보다 더 좋았고
그래서 사진집을 구하고 싶어졌고
저 원고가. 굳이 손으로 필사해서 메모해올 생각이 들 정도로
눈에 박혔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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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월미도

     공광규

 

얼음길을 우두둑 우두둑 밟으며
내 흰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달빛 아래 잠깐 빛났다 부서진 청춘이여!

밟고 온 얼음길을 뒤돌아보니
헬륨가로등에서 쏟아진 피가 흥건하다.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안 된다며
후회를 바람으로 빨아대는 선창의 깃발,
먼 섬의 불빛이 깜박깜박
네 참회가 그렇게 차가우냐며
취한 눈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그렇다! 나는 난파했다.
섬아 너에게 가 닿고 싶었다.

카페의 홍등이 충혈된 눈으로
걸어가는 난파선 한 척을 바라본다.

흐린 별이 나를 내려다보고
측은하여 눈물이 그렁하다.

낡은 소주집이 우울을 달래고 가라며
양철 연통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댄다.

술집에서 새어나온 흘러간 노래가
곡선으로 흘러나와 곡선으로 흘러간다.

왜 흘러간 세월을 파는 가게는 없는 걸까?
잘못 흘러온 길이 막막하여 온몸을 떤다.

네 후회가 그렇게 추우냐 추우냐며
파도가 거품을 물고 해안을 기어오르며 말을 건다.

그래, 나는 잘 못 살고 있다!
맑은 소주잔을 얼음 위에 던지니
흰 뼈에 달빛이 놀라 튄다.

 

출처: '유심'(2001.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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