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2011. 5. 5. 17:45

난. 자의식 과잉 형태의 인간이고. 생각해보면 선민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내가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내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그래서 공부를 했고.
그래서 등록금이 겁니 비싸지만 그 학교를 선택해서 다녔고(그 위로는 솔직히 성적이 안되서 못갔다)
그래서 일을 해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대로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불리는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일이 적어지니까.



오늘. 카페에 일을 하러 나와서 옆 자리의 세 아가씨들의 대화를 들었다.
 "무서워서 해지면 집에서 나가지 않고.
  무서워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모르는 사람과 둘이 타지 않고 기다렸다가 다음 것을 타고
  무서워서 택배가 오면 받지 않고 경비실에 맏기라고 하고
  blablablabla... "



그래.
세상 흉흉한 뉴스들도 많고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인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던 (아마도 두어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에게
추행을 당해본 적도 있다.
언제 나의 일이 될 지 알 수 없는 부분이고, 그래서 공포심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저 이야기를 듣는 동안 다른 한 친구의 말이, 그리고 내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친구가 건물보수쪽 아르바이트인가를 할 때,
꽤나 큰 회사의 사옥. 정장을 입고 건물을 드나들던 사람들이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니던 자신을 보던 사람들의 눈길 - 다른 세계의 존재로 보던, 사람으로 보아주지 않았다던 - 이 있었다고.
내가 에버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한여름 땡볕 아래서 수신호를 하고, 보행자길을 터주려 거의 몸으로 차를 세우다 시피 할 때
그때 운전자들이 내게 하던 말들. 욕지거리들.
그곳의 정직원이라던 관리직 사람들의 눈빛 - 마치 "너네는 겨우 이정도의 일이나 겨우 할 아이들" 이라는 듯한. 소모품의 느낌.


난 지금 저 아가씨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신과 자신에게 가까운 범주 내의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환경에 대한 공포심으로 표현되고 있는 저 감정들이 사실은 정말 그저 "다름"에 대한 공포 그 이상이 아님이라는.
그건 결국
세상을 둘로 분리해서 - 자신과 자신의 주변이 속한 세상과 다른 세상으로 -
외부에 대한 지독한 적대감은 아닌지. 무시는 아닌지.
뭐 이런 부분들이 위에서 내가 말했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내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 가 되겠지만.
저 아가씨들의 공포감이 그저 대화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어떤 행동으로 표현되게 될 때
얼마나 잔인해질런지.



난. 그래서 저 아가씨들이 더 무섭다.


오늘 트위터 상에는


"밤길이 무섭다는 옆테이블의 처자들. 해만 지면 집에서 안나오고 엘리베이터도 모르는 사람과 둘이는 못타겠다는 처자들. 근데..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더 무섭다;;"


라고 썼고 아마도 대부분이 예쁘지 않고 무섭게 생긴 아가씨들 이라고 불리는 아가씨들에 대한 얘기로 받아들인 듯 하지만.


난 .


저런 사람들이 무섭다.


그런 이유로.


 

뭐.


내가 너무 나이브한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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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