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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1 코아아트홀을 생각하다 1
잡설2011. 7. 21. 19:59
낮에 페북에 댓글을 달다가 생각났다. 오래된 극장나들이에 대한 추억.

무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친구들끼리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 보는 것 조차 불허하던 초 보수파 집안에서 자란 나에게.
어린 시절의 극장 나들이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자리였고. 대한극장의 광활한 스크린으로 터미네이터1을 보며 무서워 했었고 늑대와 함께 춤을 을 동일 극장에서 봤었다.

그리고 단성사에서 봤던 "꽃님" 이었던가.. 광주를 배경으로 했던 영화를 봤고 이런 저런 영화를 봤고.
종로삼가 서울극장에서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영화를 보다가 - 맨뒷줄이었는데 - 귓가에 들리던 쥐소리에 깜놀하고 다시는 해당 극장에 가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암표상 아주머니들과. 주말이면 길게 늘어지던 예매줄. 이극장 저극장을 전전하며 영화표를 끊기 위해 종로 삼가를 헤매던 기억.
브로드웨이극장에서 스트립티즈를 보고 나와 "내돈으로 본게 아니어 다행이야-" 라던 기억도 ㅋ

그리고 회사를 들어가고.
위치가 종로에서 멀지 않았으며
그 전 몇년전부터 불어온 제삼세계영화- 이란영화로 대표되는- 에 매료되었던 내게 코아아트홀은 오아시스같은 존재였다.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시간이 맞는 영화 한 편 보고 버스타고 돌아가는 나날들.
비록 스크린에는 비를 넘어 우박이 내렸지만.

그리고 06년. 삼성동에서 일을 하게 되며 메가박스를 내집 드나들듯 매일 다녔었고.

그리고 이번 여름.
트랜스포머3 와 해리포터로 이어지는 블록버스터의 습격에 보고싶은 작은 영화들은 휴가를 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시간대에 포진되어있어 우울함과 더불어 미리 구매해둔 예매권들을 과연 기한 내 소진할 수 있을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어제 강남역 주변을 배회하다가 알게된.. "씨티극장"은 "롯데시네마"가 되어있었다.
강남역에 씨티극장이 들어왔을 때. 그땐 씨티극장과 동아극장이 있었고 동아극장은 많은 쇠락과 리모델링 등등을 거쳐 지금의 강남 CGV가 있는 건물이 되었고 삼성동의 메가박스가 들어오며 강남역의 극장들은 쇠락중..


잘 모르겠다만.
난 헐리웃 블록버스터급 영화들 말고 다른 영화들이 보고 싶고, 보고 싶은 영화들은 상영관이 없거나 한두개 관에서- 그 수많은 영화관들과 그들의 수많은 상영관들 중에서- 하고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관객이 거의 들 수 없는 시간에 하다가 조용히 스러질 뿐이다..

상영관이, 스크린수가 많아지면.. 다른 영화를 볼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게 아니라 아예없어지는 것인가보다. (써니도 그만 내려가고 다른 작은 한국영화들에게 자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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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