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독서기록2012. 3. 22. 01:33

모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서 2년여를 썩다가 얼마전에 구입한 책.

07년 10월부터 08년 3월까지.
참 춥고 눈도 많이 오던 그 때 난 천안역에서도 한참 떨어진(택시비가 만원쯤 나오던) 고객사에 출장을 가 있었다.
그때의 프로젝트 룸은 공장건물 지하실(반지하라고 봐도 되겠다. 어쨌거나 창문이 있었고, 햇살이 들어오기도 했으니까)이었다.
언젠가부터인가. 꽤 춥던 그리고 눈도 많이 오던 겨울날.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길냥이 한마리와 그녀의 아이들 세마리가 그 계단 구석에서 보였었고
지나가면 도망을 가기보단 냥냥냥냥 하며 울어댔었다.

주변엔 (5분쯤 걸어나가면)소를 키우던 목장 하나가 있었고
거기서 십여분을 더 걸어나가면 사택으로 쓰던 오층짜리 아파트가 다섯동 쯤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구멍가게는 그 사택에서 또 이십여분을 걸어가야 있던.

들리던 이야기로는
그 회사의 몇 안되는 여직원들이
그 길냥이 가족에게 우유도 주고 하며 거두었었다고.
그리고 추운 겨울. 그리고 공장이니
그들은 그나마 온기가 도는 - 퇴근이 열한시 기본이었으니, 난방이 어느정도는 들었고, 또 건물 안이니 밖보다는 따듯했을 게다. 라인은 24시간동안 2교대로 돌아가던 곳이었으니까. - 건물속으로. 그리고 많지 않은 사람이 다니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한쪽 구석에서 서로서로 몸을 맞대고 추위를 피하고 때론 먹거리도 얻어가며 지냈던게다.

그때까진.
길냥이들을 볼 일도 많지 않았고
 - 폭풍 야근으로 점철된 인생으로 거의 항상 택시라이프이니 볼 수가 있었을리가.. 라고 생각하지만. 어찌보면 길을 걷다 지인도 못알아보는 나의 무심함 덕이었을 수도 있겠다 -
냥이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베컴군을 키우며 아니 베컴군과의 동거가 시작된 이래로. 그아이의 위안을 받으며 살기 시작한 이래로. 조금 더 이것저것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 더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때 그 계단 구석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겨울을 나던 그 냥이 가족이 생각났다.

그들은. 잘 자랐을까.

그맘때 모 다큐에서 한국의 길냥이에 대한 다큐도 있었는데
보다가 너무 마음이 아파져서 다 못봤던 - 주말/주초 통근 KTX에서 봤었던 -
그 다큐도 생각이 났다.





안녕고양이는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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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용한 (북폴리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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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