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독서기록2012. 3. 25. 00:15

이 책이 왜 장바구니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안산으로 출퇴근을 하며 들었던 팟캐스트 중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이었거나 그런 비슷한 류의 다른 팟캐스트의 영향이지 싶다.
책소개해주는 팟캐스트를 그땐 꽤 많이 들었었다.

그리고 조금 전 다 읽었다.
뭐랄까.
소설치고 읽어내리기 불편한.
몰입되지 않는 구조.
하지만 참 독특한 구조였다.
세갈래, 네갈래의 이야기들이
마치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듯 엮여 흘러간다.
그 드라마/영화처럼 속도감이 있진 않지만.
독특한 시선이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쓰고있는 것도 같고
이야기를 쓰는 교본 같기도 하다.

어릴때
내가 살던 아파트는 복도식.
한층에 14호 까지 또는 15호 까지 있었고
그 복도를 놀이터 삼아 놀았고
그 복도를 공유하는 집들을 이웃으로 하여
옆집 언니, 옆집 오빠들과 참 많이 놀았었다.
(동갑내기 친구는 없었다. 우리층과 아래층 도합 28가구 중에서 우리집과 교류하던 열몇 가구에는)

그중 한 집은
이란성 쌍동이 자매와 그녀들 위로 오빠가 한 명 있던 집이 있었는데
(이 언니들이 나보다 한살 위였던 듯 하다. )
그집에서 주로 하던 놀이는 이야기 만들기 놀이였다.
네명이 돌아가며 한문장씩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이어갔었고
이렇게 돌아가며 이야기 하는 것을 녹음기를 가져다 두고 녹음하기도 했던 것 같다
(사실 녹음 부분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녹음이 되는 라디오/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가 집마다 한대쯤 있긴 했지만
놀이으로 공테이프를 막 사다가 막 쓸수 있었던 것 같지 않다. )
그런데 그 놀이가 초반엔 재미있었어서 꽤나 자주했던 것 같은데
나중엔 아마 맏이였던 그 옆집 오빠는 이게 재미가 없어졌었던 듯 하다.
무슨 등장인물이 등장만 하면 자꾸 그 사람을 죽이는거다.
그래서 그 뒤를 잇던 나는 계속 그 사람을 또 살리거나 다른 사람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한두마디 이어지다 보면 또 그 오빠가 사람을 죽여버리고..

하지만 뭐. 난 눈치없는 어린아이였을 뿐이고...
그렇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분들은 지금 그때 그 놀이가 기억날까?
지금 보면 참 넓지 않은 그 작은 방에
아이 넷이 방바닥에 딩굴딩굴 하며
가운데엔 귤 같은 것이 있고 - 녹음기가 있고(기억이 맞다면) -
그렇게 모여서 이야기를 만들던 기억이 난다.
그 방을 지금 보면 아마 지금의 내 방보다 훨씬 작을텐데.
그 방이 꽤나 넓은 방으로 내 기억에 각인되어 있다.

[아랑은 왜]를 보다보니.
그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만일 나에게 내 친구들 처럼 말을 또랑또랑 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와 "이야기 만들기 놀이" 를 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아랑은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영하 (문학동네, 2010년)
상세보기

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