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2014. 6. 10. 02:15

엊그제 외할마이가 그러셨다.

선거 전이라 이런저런 전화들이와서 뭐라뭐라 하는데

당신은 한마디 하고 끊었다고.


"나 아흔이 다 된 할마이라 암것도 모르오. 

 그러니 얘기해봐야 모르니, 얘기하지 마소"


마나님이 그러셨다.

"응. 그래, 엄마, 엄마는 그런거 신경 안써도 되.

 그냥 즐겁게 지내셔. 그런건 젊은 애들더러 하라 하고 

 엄마는 그냥 드시고 싶은거 드시고, 하고 싶은거 하셔" 


아마, 지난번 선거에 할머니는 투표를 안하셨지 싶다. 


환갑 지나 수도학원을 다니며 한글을 더듬더듬 배우시던 할머니.

초등학생 같던 글씨로, 명절에 손주들 이름을 꾹꾹 눌러쓰신 노란 봉투에 용돈을 담아주시던 할머니의 손. 

나중엔 중등과정 하신다고 영어단어를 물어보시던 우리 할머니. 


지금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회에 다니심서

해마다 초파일 근처면 몸이 아프다고, 

그게 예전에 절에 오래 다녀서, 그래서 마귀가 자꾸 괴롭히는거 같다고,

우리집 식구만 보믄 '왜 너네는 결혼을 안하니-' 하시지만,


참 잔소리도 많고

참 잔걱정도 많으시지만


지금처럼.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그 옛날, 

제가 고등학교때 돌아가셨던 증조할머님처럼.

당신 증손인 준오가 고등학교 들어간 이후까지 

건강히, 행복하세요. 


또, 조만간,

할머니의 딸과 함께

불현듯, "맛진 저녁" 먹자고, 찾아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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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