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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27 연극 [죽음과 소녀]
탐미/공연기록2014. 10. 27. 01:41



지난 금요일. 

프레스콜로 다녀온 연극 [죽음과 소녀].


애정해 마지않는 space 111의 프레스콜 리뷰단은 평일 낮시간이어서인지 언제나 신청만 하면 당첨..

(하지만 허접한 리뷰라도 공연을 많이 보고 뭐라도 쓴 이 블로그 덕일거라고 혼자 위안함)



그 전날엔 괴물을 만든 이야기 

아니 인간을 창조한 괴물의 이야기인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왔는데

이날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린(? 사실 결말은 알 수 없다)

한 인간의 이야기인 죽음과 소녀를 보게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 전에 봤던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어버리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였구나.. 

그리고 [보이첵]도 실상은 괴물의 이야기. 



다섯개의 긴 테이블과 의자 두개. 그리고 세 명의 배우. 

독특한 구성. 
세 배우의 열연. 
저렇게 공연하다가는 하루 두번 공연있는 날은 그 감정들 때문에 탈진해버릴 듯한 폭발적인 분출. 


십 오년 전의 기억속의 그놈 목소리. 
십 오년 전의 기억속의 그놈 체취. 
십 오년 전의 기억속의 그놈 말투. 



내게도 십 오년 전의 기억속의 그놈 목소리와 말투가 있다. 
하지만 십 오년 만에 온 전화에서는.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었다. 
아마 지우려 애썼던 탓일게다. 

파울리나에겐.
지우려 애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어도. 
말투에서 표정마저 연상되었던 빌어먹을 기억에 의하면. 
아마. 그랬을 거다. 


91년도의 한 유괴사건을 배경으로 한 [그놈 목소리] 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23년. 
그 부모들은 아마 그 유괴범의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듣고 또 들었을까 
그들이 그런 목소리를 듣게 되면 파울리나와 같이 될까.



과연.
70년대의 칠레에서는
우리나라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 칠레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죽음과 소녀], [과부들] 같은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일까. 




그리고.
더 이상은.
괴물들에게 희생되거나
괴물들과 싸워나가다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버리는 사람이 없게 되길.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파울리나의 대사 하나가 계속 쟁쟁하게 울린다. 

왜 나 같은 사람만 희생하고 양보해야 하는데


그리고 반대편의 (남편의) 목소리도 함께 울린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너무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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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