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공연기록2012. 3. 26. 14:23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2012년 3월 23일 금요일.
여섯시 땡하고 뛰쳐나가 명동 예술극장의 칠시 반 공연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가서 본 공연. [봄날].

뭔가 정석에 가까운(?) 감상평은 트랙백 주소인 http://blog.naver.com/wingssprout/100125838275 을 참고하심이 좋을듯. 


난 이 공연을 보면서.
할아버지가.
별로 기억에 없는 어린시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어린시절에는 전혀 몰랐으나 이제는 때때로 찾아뵈야 하는 친할아버지가
겹쳐서 투영되었다.


1. 외할아버지.

나의 기억 속의 외할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계셨었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고.
벛꽃이 피었던 경희대 교정 내 경희대학교 부속 병원에 입원하셨던
외할아버지 병문안을 갔었다.
어린아이들은 면회를 할 수 없다는 말에 그 눈을 피해 책상들 아래쪽으로 몸을 굽혀 병실로 잠입하던 기억.
그리고 병문안을 마치고 나온 정문 앞 인형가게에서 아버지가 사주셨던 작은 강아지 인형의 기억.
그리고 아버지의 모교였던 그 학교를 구경시켜주시겠다며, 정문 앞 수위아저씨에게 이야기를 하고선
벛꽃이 가득한 교정을 걸었으나, 꽃향기는 나지 않고 최루액 냄새로 매워하며 걸었던 꽃길.

외가에서는 맏손주였던 오빠와 나는
외할아버지에게 꽤나 총애를 받았었다고 한다.
돈을 보료 아래 깔고 사시던 구두쇠 할아버지는
첫 손주들에게 줄 선물을 사서 장롱 위에 얹어두셨다가
오빠와 내가 가면 하나씩 내려서 주셨었다고 한다. - 기억이 나는 듯도 하지만 이 기억이 정말 기억인지 아니면 들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이미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내가 일곱살 때 였으니까.
그렇게 "구두쇠"라는 이미지를 들어왔던 외할아버지가 생각난 건
그저 오현경님이 연기하신 배역의 "아버지"가 짜디 짜디 짠 구두쇠의 색이 있었기 때문일게다.


2. 친할아버지.

유아기를 지나, 뭔가 인식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이후로 처음 뵌 건 아마도 중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때 인가 했을게다.
이제는 아흔이 넘으신 할아버지께서는.
아직도 정정히 혼자 거동하실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가진 할아버지께서는.
저 연극 [봄날] 에서의 아버지와 겹쳐지는 것이라곤 그저 건강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 정도 뿐이다.
어쩌면 어린시절부터의 살가운 정 같은 것이 생기기 힘들었던 단절된 관계 떄문인지
불편하고 그저 어려운 분이시다.



[봄날] 의 아버지는.
무섭고. 폭력적이며. 독단적이고.
그리고. 참 외로운 아버지였다.



누구에게나 누구의 아버지에게나
어느정도는 그런 모습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도.




그냥 그렇게 할아버지들이 생각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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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