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2016. 7. 26. 01:02


우연히 마주친.
아마도 학생들의 스터디모임 모습에서
옛날 생각이 났다.
지금의 랩탑 두개 만큼의 무게와 두께를 자랑하던
회귀분석서를 들고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함께
학점과도, 취업과도 무관한 스터디를 하던 시절.

스터디 모임을 할만한 공간이 별로 없던 그 시절.
흔치않게 스터디모임룸을 제공하던 "민들레영토" 신촌점 또는 안암점의 스터디룸을 어렵사리 구하거나,
또는 그냥 소파 자리에 이렇게저렇게 둘러앉아
또는 각자들이 다니던 학교 구내식당에 둘러앉아.
그 두터운 원서와, 무지 스프링 노트에 빼곡히 적은 풀이와 의문점 등등을 펼쳐놓고 이야기하던 작은 기억.
방학중이던 시절에 의문점을 풀기위해
캔커피 하나를 사들고 교수님방을 찾아가기도 했던 시절.

같이 스터디를 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석사를 거쳐갔고,
그렇지 못했던 나와는 내가 졸업한 이후 연락이 더이상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람들.

요즘의 스터디 풍경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노트북 하나씩을 펼치고
스타벅스의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하는 그런 모습.

어쩌면 계절학기 팀과제를 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목적으로 모인것이더라도.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다른 건 다른 것.

하지만 아마도 변하지 않을 건
지금도 어디선가 회귀분석 스터디를 한다면
아마도 또 두꺼운 원서와
원서 만큼의 연습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SAS나 SPSS등을 , R을 돌리는것 만으로 바뀌었으려나.

하지만 어쩌면 가장 크게 바뀌었을 건.
교재도 아닌 교재로
그저 궁금하고 그저 알고싶어서 전공이론에 대한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이 희귀한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과연 아직 그런 사람들이 남아있을까 싶은
그런 부분.


그냥 그런 옛날 기억이,
학점도 스펙도 다 관심없이
그냥 공부하고 싶어서 공부했던 사람들이 모여 공부했던 그런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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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