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2010. 7. 7. 05:06

지금 있는 프라하의 민박집 주인은 나보다 약 네살쯤 어리다. 부인은 그보다 더어릴거고.
오늘 저녁먹고 과일먹으면서 "어. 벌써 내일가세요? 일주일이 금방이네요"하면서
"별로 못보셨죠" 한다. 내가 다닌 코스들은 젊은이들(대학생 배낭여행객들)은 하루이틀이면 다 보는거라고.

뭐. 관광이 목적이라면. 관광지들을 찍고 다니는게 목적이라면.
분명 그럴게다.
마치. 패키지 깃발부대 여행을 다니듯.
중요한 관광포인트들. 포토포인트들 찍어서 다니면서
부지런히 이동하며.
그리고 또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가서는 중요한 작품들 몇가지들을 찍으며. 휘휘 걸으며.
심지어 루브르나 바티칸을 반나절에 휭하니 끝내며.

난.
그저.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것과 무관하게 내가 오랫동안 보고싶은 작품을 오래오래 보고
그런것이 어떤것이 있을 지 모르니 더 찬찬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아보고
천천히 그 도시를 느끼고. 그 도시의 사람들을 느끼고
차한잔을 하러 가서 두시간을 멍하니 있더라도.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며 있는 시간들이
내 여행의 시간들이라고 생각할 뿐.
그렇게 여유롭게.
느긋하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천천히 전철을 타고 나가면서 사람들을 보고
일부러 돌아가는 코스를 타기도 하고
유명 관광지의 식당이 아닌 동네 식당에 들려 사람들이 먹는것, 이야기 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식사를 즐기고
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뒷골목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런던에서는 빅벤근처나 근위병 교대식 따위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것 처럼.
파리에선 에펠탑에 올라가지 않고 그 앞의 FIFA Fan Fest 에서 프랑스애들이 응원하는 것을 구경하며
한인 네트워크의 신문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했던것처럼. 프라하에서도
공원에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고
그런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남들보다 긴 시간 있으면서
지방 소도시도 한번 안가봤지만.
남들보다 반절뿐이 못 다녔을 지 모르겠지만.

난. 이 도시도 잘 즐겼다.
그리고 내일
이 도시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고.
돌아간다.


나에겐 그저. 여유로움과 쉼. 그리고. 붙박이의 중압을 벗어나는것.
그 도시를 느끼는것.
그게 여행의 목적일 뿐이다.


어떤 목적이 맞고 그른것이야 없겠지.
다들 자기만의 시간으로. 자기만의 이유로들 떠나와서 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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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