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6.13 아침 일곱시
  2. 2016.06.11 해바라기 2
  3. 2016.06.03 작은 가게.
잡설2016. 6. 13. 07:58


일곱시 반쯤 온다는
마흔 넘은 아들을

반년만에 집에 오는
아들을

육십 다섯이 넘은 엄마는
아침 일곱시 부터
까치발을 하고
뒷 창문으로 내려다 보며

기다리고 있다.

여덟시가 넘어야 일어나시던
칠십 넘은 아버지는

일곱시 반쯤 돌아온다는
마흔 넘은 아들의 귀가일에

일곱시 이십분 부터 일어나
"아직 안왔나-"
한마디 하시고

일어나 앉으셨다.

그런 부모님을 두고

마흔 넘은 딸은
출근을 준비하고

마흔 넘은
그 아들이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출근한다.

그런 아침 일곱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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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6. 11. 00:01



어릴때.
국민학교 운동회 날이면
운동장 한켠엔 해바라기가 피어있었다.
어떤 해바라기는 활짝 피다 못해
그 씨앗이 다 익어 있어, 뜯어먹기도 많이 했었다.

어릴때 기억 한줌.
미취학 아동이던 시절. 오빠의 운동회날.
아빠가 해바라기 씨앗을 따 주셨고
난 참 맛있게 먹었었다.

해바라기가 피는 계절을 잊은지 오래.

꽃 구독 서비스를 하는 꾸까 라는 곳에서의 메일.



그리고 퇴근길에 만난 꽃 노점 할머니와 해바라기들.
따로이 포장하지 않은, 아직은 덜 핀 해바라기들.

우아하고 고운 장미들도,
예쁘게 포장된 다른 꽃들도,
다 곱지만.

해바라기가
주근깨 가득 활짝 웃는 어린이같은 그 얼굴이
"같이가자- 노올자-"
하고 나를 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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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6. 3. 23:47

빵순이는 아닌지라 자주 사먹는 품목은 아니지만
간혹 맛난 빵집 근처에 있으면 굳이 하나둘 산지 몇년.
스무살 무렵까지 동네에서 봤던 빵집들은
다들 개인들이 하는 작은 빵집.
새벽부터 나와 빵을 만들고 일곱시면 열려있던 동네 빵집들.

어느순간 파리바게트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빵집들만이 길에 보이고
요즘은 다시 작은 가게들이 생긴다 싶었다.

출퇴근길에 주로 지나던 을지로 지하상가.
환갑 근처쯤 되어보이던 작은 빵집 사장님과 그 빵집이 눈에 들어왔었고 아주 가끔 사먹으며 다니다가
날이 좋아지며 한 일주일 즈음 그 앞이 아닌 땅위로 다녔는데
오늘 퇴근길.



그새 문을 닫았다.

아마 장사가 안되서. 였겠지.


동네에 남아있던 동네 서점은 오년쯤 전에 휴대폰 판매를 병행하더니 이삼년쯤 전에 문을 닫았다.
동네에 남아있는 동네 빵집은 파리바와 뚜레주르만 남았다.
석달에 한번쯤씩 시켜먹는 치킨집은 간판을 세번쯤 바꿔달았다.
프랜차이즈에서 개인샵으로, 개인치킨집에서 탕수육과 치킨을 같이 배달하는 배달전문점으로.

가끔 가던 작은 전집은 , 댓개 남짓한 테이블을 놓고 주문하면 새로 전을 부쳐주던 그 집은 아직 있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퇴근길 지하상가에 있던 또다른 개인 빵집에 들러
가게를 정리하던 주인아주머니에게 추천을 받아
여섯가지 쯤의 빵을 사왔다.


동네 재래시장이 열려있을 때 퇴근해서 장을 보고싶다.
마트 문닫기 좀 전에나 마트에 겨우 들러 식재료를 사는 삶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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