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공연기록2012. 2. 6. 14:57


지난 토요일.
드디어 발급받은 회사의 복지카드로 본 첫 연극. [서울 노트]

사실 이 연극을 왜 wish list 에 넣어두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박광정 이라는 배우의 이름 때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박광정 뿐 아니라 연출가로서의 박광정 이라는 이름은 낮선편이었다.
배우로서는 여기저기의 조연에서. 그 디테일이 빛났다는 느낌정도.

그리고. 모르던 사이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박광정이라는 이름.
그래서 아마 wish list 에 넣어두었다 싶다.

가까운 미래.
아마도 유럽발 3차대전으로 인해 서울로 피난온 미술품들.
그리고 그 미술품을 전시하고있는 한 미술관의 로비라운지.

형식은 이전에 봤던 연극 [녹색태양]과 유사하다.
차이라면 [녹색태양] 에서는 노천카페였던 배경이, [서울노트]에서는 미술관의 로비라운지 라는 것.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공간을 매개로 풀어내왔다는 것도 유사하다.
하지만
하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녹색 태양]에서는 소통하지만 단절된 또는 단절되어있으나 소통하는. 그런 부분이 강조되었다(고 느꼈던듯 하다)고 하면
[서울 노트]는 그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면서 조금은 특별한 하루들이 겹쳐진다.

조금 더 잔잔하고
그래서 마치 내가 그 로비라운지의 창문이나 벽인것 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해준다.

아.
그리고.
사실 이 연극을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건. 사실.
배우들의 미친 디테일이었다.
행간이 읽히는,
대사 사이사이의 시선의 이동만으로, 작은 표정의 변화로, 작은 손짓만으로
극중 상대자에게 말하지 못하고 감추는 말들.
극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말이.
들리는 느낌이라니.

하악.

굳이 더 싼표를 끊지 않고
굳이 자리를 지정할 수 있는 조금 더 비싼 표를 끊어 본 보람이랄까.



아.
참 좋은 공연이었다.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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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2. 1. 20. 16:36


지난 토요일(2012-01-14)에 새해 들어 두번째 공연 관람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전혀 생각지도 않던 공연이었는데 친구님하의 전화 한통.
"공연표 생겼는데 너 볼래?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데, S석이라니깐 자리도 좋을거야"
"나야 주면 언제나 쌩유지"

그러고 조금 후 무려 퀵서비스로 도착한 ticket 두장. (ㅎㄷㄷ)

연강홀은 사실 예전에 그 건물지하의 맥주가 맛났기 때문에 술먹으러만 가봤던 공연장.. (풉)
대학로의 소극장만 전전하는 나에겐 좀 과분한(?) 중극장인셈.

요즘의 R석은 일반관람석이라는 말이 있던가..
1층은 모두 R석. S석은 2층.. 풉.
좌석지정 예매권이 아닌 초대권이었기에 일부러 그나마 좋은 자리를 받아보겠다며
일곱시 공연을 여섯시 십분부터 공연장에 도착해서 표를 찾고, - 그래도 2층 중앙도, 맨앞줄도 아닌 자리더라 -
그제사 공연정보 확인.

응? 박칼린이 나온다고 해서 유명한 뮤지컬일세? 남경주 - 이사람은 내기억에 나 고딩때도 뮤지컬배우였는데 - 도 나오네.
근데 오늘의 캐스팅은 이정열/김지현 배우님들의 캐스팅.
개인적으론 외려 만족스러운 - 난 연예인이 나오는 공연은 싫다.

Next to Normal - 평범함 그 언저리. 평범한 것은 바라지 않아. 그건 너무 어려운 거니까. 그냥 그 근처 어딘가는 가고싶어.

라는 의미의 제목.
그리고 그런 의미의 작품.

3층 구조물로 구성된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했다는 오리지널 세트도 좋았고
세션들의 연주도 좋았고
배우들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도 굿.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그래. 나만 이렇게 사는건 아니었어" 라는 위안(?)을 얻었달까.
다만 뮤지컬에서의 끝은 그래도 뭔가 희망적인 결말을 보여줬다면
 - 해피엔딩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새드엔딩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저 조금 긍정적인 냄새를 피우는 열린결말? -
나의 삶은, 그리고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해갈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아쉬운점은..

시야의 방해가 없는 1층의 괜찮은 자리에서 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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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2. 1. 10. 14:06


지난 금요일(2012.01.06).
새해의 첫 공연관람. 연극 [밀당의 탄생 - 선화공주 연애비사].



옛날 옛날 오랜 옛날 놀거라고는 놀음이나 연애질밖에 없던 그 시절, 노는 걸 유난히 좋아했던 신라 최고의 시끌벅쩍 연애스캔들 주인공 선화공주가 있었으니 그 얼굴값 하느라 밤마다 그 시절의 클럽을 드나들던 선화공주 해명왕자이라는 최고의 킹카 정혼자를 두고서 연애선수 맛둥도령 서동과 연분이 난다


라는 해설자의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코믹연애사극.

사극을 연극으로. 라는 새로운(?) 장르.
연극이나 뮤지컬같기도 하고
사극이면서 연극이고
음악극이라고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 좋고
데이트 연극으로서 손색이 없을 즐거움.

사실 주연들 보다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로 더 즐거움을 선사하는 연극.
가볍고 가볍지만 그 가벼움에도 격이 있는법.
무리하게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
(사실 전에 봤던 연극 중 "코믹 쇼 로미오&줄리엣 시즌2" 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좀 억지스러웠기에 별로였다)
괜히 감동을 넣겠다는 둥 욕심부리지 않는다.
그래서 깔끔하게 즐기기 좋은 연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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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2. 1. 2. 14:27


그리고.
2011년을 마무리하던 12월 31일.
한해를 마무리해주었던 연극. [리턴 투 햄릿]

다시. 햄릿.

사실 햄릿은..
제대로 연극으로 본 적이 없었다.
사실. 고전을 연극으로 본 적이 거의 없다.
한번인가. 십여년 전 국립극장에서 하던 햄릿을 모 이벤트 당첨으로 보게되었었는데
이때의 햄릿은 완전 변주된 논버벌퍼포먼스에 가까운 햄릿이었고
그래서 보고나서 어려워 괴로와하며 돌아왔던 기억만이 살짝 있는.
(그때 누구랑 같이 갔더라.. 하튼 동행에게 꽤나 미안했던 기억이;;)

그리고 다시 햄릿.

햄릿이지만 햄릿이 아닌 연극.
연극쟁이들의 이야기이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햄릿과 또 다른 햄릿을 보여주는 연극. [리턴 투 햄릿].

매우 장진 스럽고
장진 스럽고
장진 스럽다.

그리고. 연극열전 스럽다.

영리하고 영악하게도
어려움은 다 걷어내고
햄릿을 편안히 보여주면서
하고싶은 말도 하면서
밸런스가 있다.

낄낄낄낄 거리면서 보다가
막판에 누군가는 눈물 한방울 찔끔 할법한 부분도 넣어주고
다 잡탕이 되었는데 그게 과하다 생각되지 않는다.

이번달에 처음. 연극에 접하게 될 사람이라면.
난 이 연극을 추천할테다.

아. 물론.
난 장진감독의 영화를 완전 좋아하기 떄문에.
그분의 스타일을 싫어라 하는 사람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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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2. 1. 2. 14:18


아마도 모 증권사 이벤트 당첨으로 보게된 연극. [녹색 태양].
관람일은 2011.12.04.
두번째 방문하게 된 설치극장 정미소.

30명의 출연진.
공연 브로셔에 보면 제작자의 변 중에 그런말이 있었다.
"관객수보다 배우수가 더 많은 공연을 하게되는건 아닐까" 라는 걱정을 했다고
"소극장에 30명의 배우가 나오는 연극이라니 무리야" 라며
하지만 했다고.


마치 어느 햇살 좋은 수요일. 노천카페에 앉아
그곳에 커피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들을 구경하며 앉아있는 기분.
다른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들어가고
이야기를 듣고
거기 어딘가 내 모습도,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들도 있을 것 같은 그런 풍경.
햇살좋고 평온해보이는 노천카페 안에서
결코 평온하지 않은듯 하지만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조금은 불편한 진실들.

연극을 보기 전 설치극장 정미소의 1층에 있는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햇살을 즐기다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연극을 보고.
그리고 다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고.
그러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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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2. 1. 2. 14:05


체홉.
체홉.
그의 이름 하나 만으로 조건반사라도 일으키듯이 예매하게 되는 연극들.
그렇게 본 게 [쟈쟈바냐],[숲귀신] ,[결혼 피로연] 그리고 이번의 [갈매기].

어렵다 어려워.
정극 바냐아저씨에 이어. 조금은 변주되었던 쟈쟈바냐까지 갔다가 조금 다른 관점의, 바냐 이전의 바냐인 숲귀신으로 갔다가
여기서 다시 갈매기.

숲귀신 보다는 친절했지만.
어렵다 어려워.
응. 어려워.
그리고. 이젠 또다른 체홉의 작품이 보고싶어진다.


(관람일은 20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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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2. 1. 2. 13:46


친구가 예매해준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아마 친구가 예매해주지 않았다면 놓쳤을 것이 분명한 뮤지컬.
이 덕에 연우무대 소극장도 처음으로 방문.(그렇게 공연을 봐댔으면서 아직도 안가본 공연장도, 안본 공연도 수두룩이다)

프랑스 대혁명에서의 레옹과 피에르 그리고 마리안드.
갑신정변 속의 홍규, 원표, 서도.

두개의 혁명. 세 등장인물들.
다르지만 같은. 그리고 같지만 다른 상황. 인물. 그들.

첫공연을 봐서인지 배우들에게 너무 힘이 들어간 면이 없지 않았고.
조금은 안무가 어색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겠지. (이걸 본건 12/3. 저녁공연)

밀도 있는 구성.
라이브로 연주되던 음악.

한가지 흠이라면..
맨앞줄이었는데..
다리 내려놓을 자리에 조명이 있어 그리 길지 않은 다리를 접고 보느라 쵸큼 힘이 들었.. 쿨럭.


외려 저 포스터를 보고 이 공연에 겁먹을 사람들이 있을것 같은데.
어려울거라 겁먹지 마시고.
딱딱할거라 겁먹지 마시고.
그저 정신없이 보고 오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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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2. 1. 2. 12:51



무려 2011.11.27에 관람했던 뮤지컬. Story of My Life.

어제 [리턴 투 햄릿]을 보고나서 꽤 오랫동안 관람기를 안썼다는 생각이 들며..
쓰려고 보니 무려 다섯편.. 쿨럭.
11월 18일에 프로젝트에 들어와서
그 뒤로 공연은 다섯편이나 봤으나 한편도 후기를 쓸 정신머리가 없었다는 불행한 소식.

여튼.
전에 LIG 아트홀에서 했던 [표절의 왕]을 보러갔던 날,
거기에 있던 리플렛을 보고서는 "아. 이거 봐야겠다" 싶었던 뮤지컬.
우연찮게 또 티몬에 이게 티켓이 올라와주시니, 자리가 조금 구릴지라도 엄훠 땡큐인지라.

그렇게 일요일 오후를 채워줬던 뮤지컬.

두 남자의 이야기.
두 친구의 이야기.
서로 너무 많은 기억들과 생각들을 공유했던 두 친구 이야기.
오래간만에 굉장히 안정적으로 연기하고 노래하는 뮤지컬을 보았던 느낌.
두 배우의 노래는 그랬다.
그전에 뭔가 아쉬운 그런 노래들을 듣다가
아. 그래. 뮤지컬은 이정도는 불러줘야지 라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줬던 두 배우의 노래.
무난하고 롱런할 법한 뮤지컬의 스토리라인.
좀 전형적이긴 했지만 무엇하나 빠질 것 없는 공연이었다 .

(사실 이정도 외엔 이젠 오래되서 기억이 나지를 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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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1. 11. 11. 22:03


11월 5일. 2011년 11월 첫 주말에 봤던 연극 [그날들].

단 이틀간 막이 올랐던 작품.

초등학교때 동창친구 한명.
꽤나 똑똑했던 아이로 기억되던 그 동창이
어느순간 배우가 되어있었고
우연찮게 이친구가 이 공연에 출연한다는 정보를 입수.
그래서 또 언제나처럼 별 생각없이 보러갔던 연극 [그날들]

꽤나 담백한 연극.
좋은 단편 소설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랄까.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연수 작가의 "세상의 끝 여자친구"라는 단편모음집이 떠오르던 연극.



지나가버린 날들
지나갈 날들
그날의 기억들.
그날들의 기억들.

기억은.
때론 생각이 기억을 지배하기도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기억은
그날들에 대한 기억들은
그날들에 대한 나의 생각.
또는
그날들에 대한 나의 생각의 기록에 대한 생각.


영화 북촌방향에서도 그렇고
이 연극에서도 그렇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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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탐미/공연기록2011. 11. 1. 00:55


회사라는곳을 다니기 시작한 이래 인생 두번째 방학의 마지막날.
(이번 방학은 삼주 뿐이 안되어 좀 짧았다)
봐야하는데 봐야하는데 하는 생각과 삼주간 칩거생활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몸을 이끌고
결국 마지막날 막공 직전의
10월 15일 저녁 공연으로 보고 온 연극. "우리가 누구를 믿겠니".

사실 칩거기간에 열심히 서핑도 하고 했어야 옳으나..
문화생활따윈 저멀리로. 오직 집안에서 개님과 함께 딩굴거리며 냉장고를 비우는 생활만을 하며
랩탑을 켜는 것도 최대한 자제했던지라..
잘 모르는 공연이었다.
아는 분이 출연한다고 하고,
또 그분이 출연했던 연극들을 본 적이 있는데 - 그래봐야 이전에 한편 "리회장 살해사건" 뿐이었구나
- 왠지 나랑 조금 코드가 맞는달까 하는 느낌도 있었고
해서 쏟아지는 비를 뚫고 무려 토요일 저녁 공연을 홍대에 혼자서 가서 보고 온 연극.
(그 전날인 금요일에 보려고 했었지만 급 잡혔던 술자리로.. 쿨럭) 

언제나와 같이 아무런 공연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보통은 제목과 공연장 정도만의 정보로 가는 나로서는.. 아무생각없이.
과연 어떤 연극일까?
시놉은 보긴 했는데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

오.
내가 좋아하는 블랙코메디의 요소들.
한편으론 영화 "방가방가"가 생각나기도 했고.

그리고 보고나선
[우리가 누구를 믿겠니] 라는 제목이 "우리가 남이가" 라던.. 그들의 언어가 생각나게됬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내편은 누구.
네편은 누구.
내적은 누구.
네적은 누구.

전에 "선민의식. 또는 자의식 과잉" 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깅을 한 적이 있었다.

내 편.
 -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사람.
 - 나를 도와줄 사람
 - 전적으로 나를 믿어줄 사람.

일반적으로 이런 의미에서의 내 편은 가족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던가.
하지만 돈이 피보다 진한듯한 세상.

나는 이 연극을 보면서.
체홉의 쟈쟈바냐가, 결혼식 피로연이 생각났다.
그것처럼 무겁고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보고나면 한켠 무거워지는 마음이 드는.
하지만 보는데 겁먹어야할 만큼은 아니다.

최근에 봤던 많은 공연들 중 (아마도)가장 짧은 공연시간.
짧지만 알맞게 함축된.

큰아들역의 반라연기와 - 살찌우느라 고생하셨다던
아버지역의 음주연기와 - 아.. 보는 내내 침이 꼴깍꼴깍
작은아들역.............. 은. 너무 젊으셔서(뭐 내가 늙은 거겠지만) 감정이입이 춈.. 쿨럭.


대학로에서 또 올라갈 듯 하니
그때들 보러들 가시길.

데이트연극과 데이트뮤지컬들만 가득한 요즘이라 개인적으로 한동안 슬펐으나
이런 연극이 많이 올라오면 시간이 없는것과 통장잔고가 부족한게 슬퍼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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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