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에 해당되는 글 92건

  1. 2017.01.17 시간
  2. 2016.12.17 광화문
  3. 2016.11.17 수능날. 2
  4. 2016.08.18 악순환 2
  5. 2016.07.28 위대한 연설의 탄생
  6. 2016.07.26 다른, 하지만 같은 풍경.
  7. 2016.06.13 아침 일곱시
  8. 2016.06.11 해바라기 2
  9. 2016.06.03 작은 가게.
  10. 2016.02.24 힘내라 은수미
잡설2017. 1. 17. 14:42

난 기본적으로 시간약속을 안지키는 걸 극악하게 싫어한다.

시간은 각 개인에게 있어 거의 유일하게 대체재 없는 유한자원.
누군가와 약속을 한다는 것은 그 귀한 자원을 함께 있는데 쓰겠다는 것.
그래서 그 귀한 나의 시간을 소위 "남의 시간은 똥"으로 아는 행위를 싫어한다.
약속을 정해놓고 아무 말 없이 십분 이상 늦는 것,
길바닥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
아무때고 저 편할대로만 하는 것
등등.


뭐.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상황이 있다면 미리 상황에 대해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늦게 나와서 늦을 것 같으면 늦겠다 문자 한통 하는게 그리 힘든가. 갑자기 회의가 잡히면 회의 때문에 늦을 수 있다고 통보하는게 힘든가. 다 삼십초도 안들어가는 일이다.
그것하나 나에게 할 정성이 없는 상대라면 안만나는게 맞다고 본다.


그래야 난 내 대체불가능한 자원을 내 뜻대로 쓸 수 있으니까.
과도한 자기통제욕구라 해도 할 말은 없으나,

난 내것을 통제하고싶은 것 뿐.
그걸 못지키는 사람과는 약속따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두번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세번네번 넘어가면.
너님 아웃.

나를 귀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안그래도 모자라 죽을 것 같은 내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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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12. 17. 22:29


평소 광화문에 잘 가지 못한다.
멀어서가 아니라, 사무실 바로 앞인데도 잘 못간다.
그날 이후. 광화문에 서면, 노란색을 보기만 해도 울음이 터져나온다.
그래도 요즘은 열심히 간다.
울음을 참으며.

잊을 수 없다. 잊지 못한다.
그 아수라를 지나갔을 아이들을 어찌 잊겠는가.

오늘도 광화문에 다녀왔다.

결코. 이대로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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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11. 17. 10:38


21년전 그날.
( 아 겁내 오래됐다;; )
그냥 전날엔 무려 아홉시부터 꿀잠을 자고.
(누가 떡이랑 엿 갖고 왔는데 자고있었다..)

그리고 유독 추웠던 그날.
아빠의 두터운 무스탕 코트를 입고갔던 시험장에 도착할 때 까지도 아무생각이 없었다..
시험지를 받으니 그제서야 조금 두근두근 하면서
'아. 오늘 시험이 진짜지' 싶더라.
그래놓고 쉬는시간엔 잠도 자고.. 그랬다.

뭐. 지금은 적당히 잘 먹고 살고 있다.

오늘 시험에 다들 그냥 담담하게 잘 견디고 돌아와 즐겁게들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시국이 시국이라도. 즐겁게 이 겨울을 지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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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8. 18. 16:10

배고픔
- 기력없음
- 먹음
- 얹힘
- 삼십분이상 걸음
- 가라앉음
- 삼십분이상 걸을 수 없으면 안먹음
- 안먹어서 기력없음 or 걸어서 피곤하고 기력없음
- 먹음 으로 리턴

의 악순환 13개월차..

피곤하거나 배고파서 극한으로 까칠해지는 건 덤.
살빠지는건 사이드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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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7. 28. 09:26

페북에서 저장용으로 퍼옴. ( https://www.facebook.com/2016USPE/ )


위대한 연설의 탄생

1.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월요일 밤 미셸 오바마의 연설은 뜻하지 않은 대히트였다. 오죽했으면 '힐러리 클린턴이 못하고 있는 부분을 미셸 오바마가 채워줄 수 있다'면서 퍼스트 레이디가 힐러리 캠페인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말이 다 나올까.

미국의 대통령은 맞벌이 직업이다. 현대의 미국 대통령의 부인은 옛날처럼 예쁘게 웃고 손을 흔드는 현모양처 만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지난 월요일 밤, 미셸 오바마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기 퍼스트 레이디가 되려고 하는 멜라니아 트럼프가 얼마나 자격미달인지 비참할 만큼 잔인하게 보여준 연설이었다.

이틀이 지난 지금,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전문이 번역되어 돌아다니면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미셸 오바마의 연설은 언론이 월요일에 가장 기대하던 연설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조연이 관심을 가로챈 셈.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
미셸 오바마의 연설이 그날 가장 기대되는 연설이 아니었다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민주당 전당대회의 연사진은 첫날부터 화려했다. 데미 로바토, 에바 롱고리아 같은 유명한 라틴계 스타들은 물론이고, 여성 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크리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말솜씨 뛰어나기로 소문난 앨 프랭큰 상원의원, 샌더스 지지자로 유명한 코미디언 사라 실버만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가 늦은 밤, 마지막에 등장해서 첫날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불같은 연설로 청중을 휘어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워런 상원의원과 힐러리의 지지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밝힐 것인지를 알려줄 마지막 연사 버니 샌더스에 청중과 언론의 관심이 쏠려있던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날은 사실상 샌더스가 생중계되는 언론에서 마지막 연설을 하는 고별인사의 날이나 다름없었다.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그 중간, 그러니까 워런 상원의원 바로 앞에 들어가 있었다. 말하자면, 헐리우드 스타들의 연설이 끝난 후 누구나 기다리는 무게있는 연설(워런, 샌더스)로 가기 위한 적당히 무게있는 "징검다리 연사"가 미셸 오바마였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미셸 오바마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미국인들이 그녀가 좋아서 버락 오바마를 뽑은 건 아니지 않은가).

3.
역사적인 게티스버그 연설은 원래 주 연사가 링컨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날 행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던 연설은 당시 최고의 연설가였던 Edward Everett의 연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에버릿의 2시간 동안의 연설 대신 3분짜리 링컨의 연설 만을 기억한다.

미셸은 남편을 대신해서 나온 미셸에게는 제한적이지만 분명한 역할이 있었다. 1) (후보처럼) 여성이었고 2) 2008년 선거 때 만 해도 남편에 대한 힐러리의 공격으로 힐러리와 빌 클린턴을 아주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던 미셸이 힐러리를 지지했을 때 나올 효과는 각별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리지널"이 나와서 지난 주에 있었던 멜라니아의 연설문 표절 사건을 일깨워주는 덤도 있었지만, 미셸의 연설은 멜라니아의 표절 파문이 있기 훨씬 전에 결정되었다.

4.
미셸 오바마의 연설은 짧았다. 5장 짜리 원고에, 시간은 (박수받는 시간까지 다 계산해도) 15분을 넘지 않는 연설이었다. 하지만 구성은 완벽에 가까웠다.

퍼스트 레이디는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자신의 업적이나 주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큰 호응을 얻기는 힘들다. 미셸과 미셸의 연설문 작성자(이 사람의 이야기는 조금 후에)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딸들에 관한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사상 첫 흑인대통령으로 백악관에 들어간 오바마 패밀리와 그 딸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다가, 1/3지점에서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transition이 일어났다. 이런 식이다:

어린 아이들이었던 우리 딸들이 백악관에서 성숙해지는 시기(formative years)를 보내면서 훌륭하게 자랐다 --> 앞으로 4년, 8년 동안 그런 시기를 보낼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어떤 롤모델을 보면서 자라야 하겠는가? 즉, 연설을 듣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트럼프가 롤모델인가, 힐러리가 롤모델인가?"라는 자문을 하게 만든 것이다.

5.
그리고 나서 힐러리의 강인함과 사명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8년 전 후보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화를 내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국무장관으로서 나라에 봉사를 했다는 것. 힐러리는 여자라는 이유로 옷을 어떻게 입느니, 어떻게 웃느니 같은 개인적인 공격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라를 위해 일했다고 강조하고, 내 딸들을 비롯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롤모델이라고 호소했다.

이 접근법의 절묘함은 힐러리 클린턴의 모든 문제들, 즉 월스트리트와의 관계, 이메일 게이트 등의 이슈로부터 '여자'와 '직업정신' 그리고 '롤모델'로 청중의 관심을 돌린다는 데 있다.

즉,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은 여성과 다음 세대, 그리고 역사의 문제라고 강조한 것이다. 힐러리의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녀의 presidency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미셸의 호소였다. 그러면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고도 트럼프를 정조준해서 자격을 비교했다.

6.
글은 전환이 중요하다. 특히 청중의 반응이 즉각적인 연설문의 경우 더욱 그렇다. 미셸의 연설은 그런 문제를 딸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힐러리 개인의 성격과 업적을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역사적인 역할을 끄집어내는 전환이 완벽했다.

특히 "나는 매일 아침 노예들이 지은 집(백악관)에서 잠을 깬다"는 말은 청중들의 마음 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미셸은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미 그 말을 한 적이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가진 "routine"처럼, 연설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성공했던 표현들을 모아서 다시 사용한다). 세상은 발전하고, 우리 후세들은 우리보다 나은 세상을 살아야 하는데, 그런 발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는 이야기를 개인적인 경험에서 끌어낸 것.

이 대목에서 컨벤션 센터에 감동이 퍼져나가는 게 눈에 띄게 보였고, 일제히 기립박수를 시작했다. 미셸 오바마의 연설이 대성공이라는 느낌을 받은 게 이 대목이었다.

7.
연설문에서 30년 전의 힐러리의 말을 인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건 힐러리가 퍼스트 레이디로 있을 때 사용하고 책으로도 나온 말이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큰 찬사인 동시에, 개인적인 관계/공감을 표현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그날 컨벤션 센터에 모인 사람들 중에 그 문장이 힐러리의 말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힐러리를 향한 미셸의 wink이자, nod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문장을 가져온 것이 미셸의 솜씨일까? 내 생각에는 연설문 작성자가 발휘한 센스이다. 누가 작성했는지를 알면 더욱 분명해진다.

8.
(멜라니아 트럼프가 베낀 2008년 연설을 포함해) 미셸 오바마의 연설은 사라 허뤼츠가 지난 8년 동안 작성해왔다. 흥미로운 것은 허뤼츠는 2008년 오바마의 후보지명이 있던 전당대회 때 미셸의 연설문을 작성한 것이 미셸과의 첫 작업이었고, 그 전까지는 힐러리의 연설문 담당이었다는 사실.

힐러리가 후보지명을 받는 데 실패하자, 허뤼츠는 다음 일자리를 찾아야 했고, 당시 28세 신동으로 소문난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 작성자인 존 패브로가 미셸 오바마에게 허뤼츠를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부부는 2007, 2008년 경선 내내 오바마의 경험부족을 지독하게 공격했고, 미셸 오바마는 그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아주 싫어하게 되었는데, 그 사나운 공격의 말을 다듬어준 허뤼츠를 자신의 연설문 작성자로 뽑은 것이다. 적장을 모셔온 셈이다.

허뤼츠는 처음에는 미셸이 자신을 경계할 거라 생각했단다. 하지만 첫날 90분 동안의 만남으로 솔직하게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미셸의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뒤로 8년 동안 함께 일해온 것이다.

9.
버락 오바마가 존 패브로라는 20대의 청년을 미국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로 채용한 것이나, 적이었던 힐러리를 위해 일했던 허뤼츠를 퍼스트 레이디의 연설문 작성자로 채용한 것은 철저히 능력만을 보는 미국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설문 작성자들이 작업하는 모습이다.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를 따라 다니면서 모든 이슈를 이해하고, 길게 대화하고, 생각이 “싱크”된 상황에서 각종 행사와 상황에 맞는 연설문을 작성하고, 그 드래프트를 전달 받으면 읽고, 수정해서 넘겨주고, 다시 수정하기를 여러차례 하면서 연설문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의 사고방식과 스타일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연설자와 연설문 작성자는 한 몸 처럼 사고를 하게 된다.

흥미로운 대목: 버락 오바마는 마지막까지 문구를 뜯어 고치는 성격이고, 미셸 오바마는 연설 몇 주 전에 연설문을 완성한 후에는 여간해서는 고치지 않고 계속 연습해서 외워버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위대한 연설은 그렇게 탄생한다.

____
연설문과 동영상: http://www.cnn.com/2016/07/26/politics/transcript-michelle-obama-speech-democratic-national-convention/
번역본: http://yeinz.net/blog/archives/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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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7. 26. 01:02


우연히 마주친.
아마도 학생들의 스터디모임 모습에서
옛날 생각이 났다.
지금의 랩탑 두개 만큼의 무게와 두께를 자랑하던
회귀분석서를 들고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함께
학점과도, 취업과도 무관한 스터디를 하던 시절.

스터디 모임을 할만한 공간이 별로 없던 그 시절.
흔치않게 스터디모임룸을 제공하던 "민들레영토" 신촌점 또는 안암점의 스터디룸을 어렵사리 구하거나,
또는 그냥 소파 자리에 이렇게저렇게 둘러앉아
또는 각자들이 다니던 학교 구내식당에 둘러앉아.
그 두터운 원서와, 무지 스프링 노트에 빼곡히 적은 풀이와 의문점 등등을 펼쳐놓고 이야기하던 작은 기억.
방학중이던 시절에 의문점을 풀기위해
캔커피 하나를 사들고 교수님방을 찾아가기도 했던 시절.

같이 스터디를 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석사를 거쳐갔고,
그렇지 못했던 나와는 내가 졸업한 이후 연락이 더이상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람들.

요즘의 스터디 풍경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노트북 하나씩을 펼치고
스타벅스의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하는 그런 모습.

어쩌면 계절학기 팀과제를 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목적으로 모인것이더라도.
그때와 지금의 모습이 다른 건 다른 것.

하지만 아마도 변하지 않을 건
지금도 어디선가 회귀분석 스터디를 한다면
아마도 또 두꺼운 원서와
원서 만큼의 연습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SAS나 SPSS등을 , R을 돌리는것 만으로 바뀌었으려나.

하지만 어쩌면 가장 크게 바뀌었을 건.
교재도 아닌 교재로
그저 궁금하고 그저 알고싶어서 전공이론에 대한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이 희귀한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과연 아직 그런 사람들이 남아있을까 싶은
그런 부분.


그냥 그런 옛날 기억이,
학점도 스펙도 다 관심없이
그냥 공부하고 싶어서 공부했던 사람들이 모여 공부했던 그런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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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6. 13. 07:58


일곱시 반쯤 온다는
마흔 넘은 아들을

반년만에 집에 오는
아들을

육십 다섯이 넘은 엄마는
아침 일곱시 부터
까치발을 하고
뒷 창문으로 내려다 보며

기다리고 있다.

여덟시가 넘어야 일어나시던
칠십 넘은 아버지는

일곱시 반쯤 돌아온다는
마흔 넘은 아들의 귀가일에

일곱시 이십분 부터 일어나
"아직 안왔나-"
한마디 하시고

일어나 앉으셨다.

그런 부모님을 두고

마흔 넘은 딸은
출근을 준비하고

마흔 넘은
그 아들이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출근한다.

그런 아침 일곱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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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6. 6. 11. 00:01



어릴때.
국민학교 운동회 날이면
운동장 한켠엔 해바라기가 피어있었다.
어떤 해바라기는 활짝 피다 못해
그 씨앗이 다 익어 있어, 뜯어먹기도 많이 했었다.

어릴때 기억 한줌.
미취학 아동이던 시절. 오빠의 운동회날.
아빠가 해바라기 씨앗을 따 주셨고
난 참 맛있게 먹었었다.

해바라기가 피는 계절을 잊은지 오래.

꽃 구독 서비스를 하는 꾸까 라는 곳에서의 메일.



그리고 퇴근길에 만난 꽃 노점 할머니와 해바라기들.
따로이 포장하지 않은, 아직은 덜 핀 해바라기들.

우아하고 고운 장미들도,
예쁘게 포장된 다른 꽃들도,
다 곱지만.

해바라기가
주근깨 가득 활짝 웃는 어린이같은 그 얼굴이
"같이가자- 노올자-"
하고 나를 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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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2016. 6. 3. 23:47

빵순이는 아닌지라 자주 사먹는 품목은 아니지만
간혹 맛난 빵집 근처에 있으면 굳이 하나둘 산지 몇년.
스무살 무렵까지 동네에서 봤던 빵집들은
다들 개인들이 하는 작은 빵집.
새벽부터 나와 빵을 만들고 일곱시면 열려있던 동네 빵집들.

어느순간 파리바게트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빵집들만이 길에 보이고
요즘은 다시 작은 가게들이 생긴다 싶었다.

출퇴근길에 주로 지나던 을지로 지하상가.
환갑 근처쯤 되어보이던 작은 빵집 사장님과 그 빵집이 눈에 들어왔었고 아주 가끔 사먹으며 다니다가
날이 좋아지며 한 일주일 즈음 그 앞이 아닌 땅위로 다녔는데
오늘 퇴근길.



그새 문을 닫았다.

아마 장사가 안되서. 였겠지.


동네에 남아있던 동네 서점은 오년쯤 전에 휴대폰 판매를 병행하더니 이삼년쯤 전에 문을 닫았다.
동네에 남아있는 동네 빵집은 파리바와 뚜레주르만 남았다.
석달에 한번쯤씩 시켜먹는 치킨집은 간판을 세번쯤 바꿔달았다.
프랜차이즈에서 개인샵으로, 개인치킨집에서 탕수육과 치킨을 같이 배달하는 배달전문점으로.

가끔 가던 작은 전집은 , 댓개 남짓한 테이블을 놓고 주문하면 새로 전을 부쳐주던 그 집은 아직 있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퇴근길 지하상가에 있던 또다른 개인 빵집에 들러
가게를 정리하던 주인아주머니에게 추천을 받아
여섯가지 쯤의 빵을 사왔다.


동네 재래시장이 열려있을 때 퇴근해서 장을 보고싶다.
마트 문닫기 좀 전에나 마트에 겨우 들러 식재료를 사는 삶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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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2016. 2. 24. 10:32

초유의 필리버스터 사태.
힘내라 은수미!
고생했다 김광진!

이런 일로 역사의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끔찍한 현실.

그래도.
그러니까.

힘내라 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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