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2015. 11. 7. 13:09

골목길이 없던 거대 아파트 단지에서 자란 내게
아파트 복도는 우리집앞 골목길 이었고
그 같은 복도를 공유하던 열몇집들은
한 마을이었고
엘리베이터 앞 조금 넓은 복도는
춥지 않을때면 돗자리 깔고 앉아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던 집앞 공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다방구. 살구놀이. 술래잡기...

집에 아무도 없어 못들어가면 집 문에 "000호"라고 쓴 쪽지 하나 끼워두고 아무집이나 문열린 집에 가서 밥먹고 간식먹고 옆집 오빠/언니/동생/친구와 놀고 테레비 보고 낮잠자고.. 그러다 보면 시장갔던 엄마가 데리러 왔던. 그런 곳. (여덟살 때 옆집에서 홈런바를 먹다가 앞니가 빠졌던 기억도 급..)

지금 집에서 십년을 넘게 살고 있는데
앞집 사람과만 눈인사 정도나 할까..
중학교 동창이 아랫집에 살고 있었는데 여기 산 지 오년만에 "그녀의 싸이월드 미니홈" 사진 덕에 알게 됐었다... (그리고 그 친구네는 이사했다)


동네 선배의 포스트를 보다가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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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5. 1. 12. 00:52

지난주 초. 

모사 회식을 하고 

너무나도 맛없는 음식에 크게 우울해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든 결론.


인생에서 가장 큰 낭비는 맛없는 식사를 하는 일이 아닐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나의 한끼를

맛없는 음식을 먹음으로서 허비하고

안먹는것보다 못한 음식을 먹는다고 시간을 허비하며

그 음식이 맛없었다고 화를 내느라 나의 에너지를 허비하고..

그 불쾌한 기분이 한참을 지나 오래 지속되어 감정을 허비하고.



정말이지. 

안먹느니만 못한 음식을 먹느라고 애쓴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이라도 해주고 싶은 기분이 한 일주일쯤. 


급유하는 기분으로 어느정도 맛없는 음식은 먹어줄 수도 있긴 하지만.

먹을수 없는 지경의 음식이라는 판단이 들면 미련없이 버리고 나오는게 나인데.

회식자리니 그럴수도 없고 -_-


애초부터 기대도 없던 집이긴 하지만 너무 심각했...... 



고로.

앞으로 내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는 사람 및

맛없는 것을 먹이는 사람은 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아주 가끔.

맛없는 걸 일부러 먹을 때가 있긴 하다. 

그럴때는 이를테면 나를 학대하고 싶을때.. 랄까. 


하지만 나란 사람.

다른건 다 아껴도 먹는것 만큼은 아끼지 않는 사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즐겁게 먹기 위해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날 덕인지.

최근 앵겔지수가 급격히 상승중. 

뭐. 일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음달 초 지불해야할 카드값을 보면 안괜찮을거야... 허으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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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4. 12. 18. 21:30




내년 운세가 이렇단다..

이건 뭐 살지 말란 소리.. -_-;; 


그나저나 아무도 만나지 말고. 

조용히 혼자다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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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4. 12. 16. 02:47

이런 제목의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03년도. 지금은 드림위즈(?)에 넘어간 옛날 마이미디어 블로그를 하던시절. 

그리고 오늘 한 블로그 이웃의 글-다사다난했다던 한해-을 보다가 생각나서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이런 글을 쓴건 2010년도. 

중간의 3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싶기도 하고 

참 번다하게 살았었구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의 "나"의 10대 뉴스 라는걸 뽑아보려 하니

별 게 없다. 


1. 사람. 

언제나 사람이 문제다. 좋은 일로든 안좋은 일로든. 

올해는 후자가 좀 더 큰 듯. 


2. 일

처음으로. 하얀손 주식회사에 입사해서 육개월쨰.

걱정안하시는 듯 하면서도 걱정하시고 계시는 두분과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안식년"같은 기간을 못 보낼 거라는 생각과 

이러다가 다시는 일을 못하게 되는건 아닐까 싶은 불안감이 공존하는 상태. 

15년을 달려왔으니. 앞으로 15년 이상을 더 달리려면 지금이 마지막으로 쉴 수 있는 시기다- 라는 생각과 

벌써 시장에서 버려지는 연차가 되어버린건가 라는 불안감. 


3. 휴식

한달정도는 정말. 하루에 열일곱시간씩 계속 먹고자고만 했었다. 

그랬더니 피로는 많이 풀리긴 한듯. 십오년간의 피로들. 

그리고 정말 매일매일 뒹굴뒹굴 "이러다 바보되겠다"싶게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뒹굴. 


4. 갑작스런 여행들.

이를테면 가만히 앉아있다가 새벽두시에 차를 끌고 나가 동해안이던. 부산이던. 해남이던 간다던가.

다음날 출발 비행기표를 끊고 제주도로 간다던가 하는 일들. 

예전에 여행은 보름전부터 예고하고 예약하고 떠났었다면

(주로 해외였긴 했지만. 그리고 그때도 비행기와 숙소 정도였긴 했지만)

올해의 여행은 그저 앉아있다가 나가볼까-? 하면서 갈아입을 옷 한벌 정도만 챙겨서 발 닿는대로 가는 여행이었달까. 

이젠 책상에 쪽지 한장 달랑 놓고 (여행가요-0-) 집에서 사라져도 다들 그러려니 하실 지경.. 

미침형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고 해야하나.. 


5. 매일매일의 술들.

회사를 그만두기 전 까지는 정말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맥주 한두캔이라도 먹었고 

그래야 잘 수 있었다. 또 그래야 다음날 출근할 수 있었으니까.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꼭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잠이 안오면 그냥 안자고 말지 술을 먹는 일은 줄었다. 

여전히. 나이트캡이 필요한 날들이 있긴 하지만. 


6. 감량. 

옷장속의 옷들이 내 몸을 버거워하니. 언제고 다시 출근하려면 감량이 필요하겠다 싶어

조금 운동과 식이조절로 (심지어 생애 최초의 식이조절을 포함한 다이어트임) 약 5-6kg 정도를 감량했다.

앞으로도 5kg 정도는 더 조절해야 목표치에 도달하지만

뭔가 요즘은 심적 정체기랄까. 

(일단 옷장의 옷도 맞으니까.. 라며 다시 살살 찌우는중..)


7. 오빠의 해외 주재.

사실 예전에도 지방발령 등으로 집에 잘 없긴 했지만

지구 반바퀴를 돌아가야 하는 곳으로 주재원 발령이 난 오빠로 인해

더더욱. 집안의 집사역할은 모두 내게 올듯 하다. 

앞으로 오년간. 전화통화도 시차를 생각해야 하는 곳으로 간 오빠가 있고

여기에 남은 부모님과 나. 

돌아올 오년 내에 큰일이 없길 바랄 뿐. 

다른 자잘한 집사업무야 언제나 해오던거니. 


8. 커피집 투자

사실 이 건의 결정은 작년에 한 것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올해 초 부터 모든 일들이 진행되었으므로..

해보니.

돈이 만들어지긴 힘든 사업. 

퇴직하고 닭튀기는 것보다 더 위험할수도 있겠다 싶다. 

뭐. 나야 큰 욕심 없이 그저 아무때고 갈 수 있고 내 입에 맞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을 킾해놓는다의 컨셉에,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간 건 아니니까.(적은 돈은 아니지만) 

녹녹치 않은 영업현황에 실질적으로 운영하시는 분이 고생스러운게 문제. 


9. 와 10.은

아직 잘 모르겠다. 

1을 너무 뭉퉁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르겠다. 

아직 올해는 두주쯤 남았으니까.

남겨둬볼까.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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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4. 9. 13. 21:10


좋을 호, 좋아할 호


不好좋아하지 않음, 좋지 않다. 





보통 취향이 명확함 등을 말할 때 好不好 가 갈린다- 라던가 好不好가 명확하다- 라던가 류의 표현을 쓰는 듯. 


그런데. 

사실 이런 감정에는 두가지가 아닌, 네가지 단계가 있는게 아닐까.


좋음 / 좋지 않음 / 싫지 않음 / 싫음


{ 싫지 않음 } ⊇ { 좋음 ∪ 좋지 않음 }

{ 좋지 않음 } ⊇ { 싫음 ∪ 싫지 않음 }


의 관계가 존재하는.. 


좋음의 반대말은 뭘까..

좋지 않음 일까 

싫음 일까.


好 의 반대가 되는 한자는 무엇일까. 부정형 어미인 不 을 매단 不好 말고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양쪽 끝의 감정은 별로 많지 않은 사람. 

대신 중간의 두 감정은 대체로 뭉뚱그려져 있어서, 

나름 선택하고 산다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

나름 착하다는 착각을 만들어주고 사는 사람. 



소거법의 기준은.

싫음을 선 제외.

그 다음은 의무.

그 다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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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2014. 6. 10. 02:15

엊그제 외할마이가 그러셨다.

선거 전이라 이런저런 전화들이와서 뭐라뭐라 하는데

당신은 한마디 하고 끊었다고.


"나 아흔이 다 된 할마이라 암것도 모르오. 

 그러니 얘기해봐야 모르니, 얘기하지 마소"


마나님이 그러셨다.

"응. 그래, 엄마, 엄마는 그런거 신경 안써도 되.

 그냥 즐겁게 지내셔. 그런건 젊은 애들더러 하라 하고 

 엄마는 그냥 드시고 싶은거 드시고, 하고 싶은거 하셔" 


아마, 지난번 선거에 할머니는 투표를 안하셨지 싶다. 


환갑 지나 수도학원을 다니며 한글을 더듬더듬 배우시던 할머니.

초등학생 같던 글씨로, 명절에 손주들 이름을 꾹꾹 눌러쓰신 노란 봉투에 용돈을 담아주시던 할머니의 손. 

나중엔 중등과정 하신다고 영어단어를 물어보시던 우리 할머니. 


지금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회에 다니심서

해마다 초파일 근처면 몸이 아프다고, 

그게 예전에 절에 오래 다녀서, 그래서 마귀가 자꾸 괴롭히는거 같다고,

우리집 식구만 보믄 '왜 너네는 결혼을 안하니-' 하시지만,


참 잔소리도 많고

참 잔걱정도 많으시지만


지금처럼.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그 옛날, 

제가 고등학교때 돌아가셨던 증조할머님처럼.

당신 증손인 준오가 고등학교 들어간 이후까지 

건강히, 행복하세요. 


또, 조만간,

할머니의 딸과 함께

불현듯, "맛진 저녁" 먹자고, 찾아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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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4. 3. 31. 12:35

점심으로 현재 고객사 주변의 모 식당에서 "양푼비빔밥" 이란 걸 먹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 

아니 학생시절. 

나는 "도시락" 세대였다. 

항상 아침이면 도시락을 챙겨 학교를 갔었고

고등학생때면 도시락을 두개 싸들고 다녔었다.


초등학교때 교실에 있던 난로는 

갈탄을 때던 난로. 

그땐 아마 보온도시락이란게 없던시절. 

추웠던 겨울에 교실 한가운데 있던 신문지와 말린 우유팩을 불쏘시개 삼아 갈탄을 때던 난로 곁에는

아이들이 다치는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인지 철제 프레임이 네모지게 둘러있었고

그 프레임에 도시락들을 얹어두었다가 점심때 따뜻해진(또는 덜 식은) 밥을 먹던 기억과

(강제된 급식) 우유를 데워 먹던 기억. 


오학년때였던가.

어느날 선생님이 커다란 양푼(? 대야? 바께스?)를 가져와서 

급우들 전체의 도시락밥과 반찬을 다 넣고 슥슥 비벼서 다같이 나눠먹었던 기억. 


그리고 항상 어른들이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을 말씀하실 때 어김없이 등장하던, 

"도시락 맨 아래 숨겨두었던 계란 후라이" 의 이야기에 대한 기억. 



그리고 고등학생때, 

일곱시까지 등교해서 1교시가 끝나면 열시경. 

점심도시락으로 싸왔던 밥을 그때부터 먹기 시작하고 

점심시간이면 매점으로 뛰어갔던 기억. 

(신기한건, 매점에서 과연 맨날 뭘 먹고 다녔는지는 기억에 남는게 없다)

(또는 저녁 도시락을 아마 점심에 먹고, 저녁엔 뭔가를 용돈을 쪼개 사먹었을거다) 


요즘 아이들은 모두가 급식을 한다고 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계속.

그렇게 급식만 먹고 지낸 지금의 친구들은. 

아마 


점심시간에 친구의 반찬을 빼앗아 먹고, 바꿔먹는 기억이라던가 

다같이 밥을 비벼 먹는 기억이라던가

쉬는시간에 까먹던 도시락의 기억, 

수업시간에 맨 뒷 줄에서 몰래 수업중에 밥먹는 기억

뭐 그런 기억은 없겠구나..

있을수가 없겠구나..


하면서 좀 불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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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2014. 3. 13. 15:47

회사에서 산업별로 메일을 보내주는게 있는데, 오늘받은 건 Retail 분야. 

소비자 트렌드 섹션에서 나란히 보인 제목은 


"싱글족 절반이상, 칩거•기본 생활비 과도" [한국경제]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4/03/09/0318000000AKR20140309063900030.HTML


프리미엄 싱글족을 잡아라 [머니위크]
http://mnb.moneyweek.co.kr/mnbview.php?no=2014030801048081608

의 두가지. 

실제로 보면 두번째 기사는 뭔가 낚시의 스멜. 

여튼, 첫번째 기사를 보다보니, 원본 논문이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단독가구의 소비지출패턴 유형 및 결정요인 분석 (https://www.google.co.kr/url?sa=t&rct=j&q=&esrc=s&source=web&cd=4&ved=0CDsQFjAD&url=http%3A%2F%2Fwww.kca.go.kr%2Fmagazine%2FmagazineDownload.do%3FboardNo%3D38265%26fileno%3D10344&ei=klEhU_PcJuf9iAeUnIDgAQ&usg=AFQjCNFtdnBi4aQH3IWuals7x-jlbOiRfg&sig2=yOyOHRvSJuXttHfsgxObJw&bvm=bv.62922401,d.aGc&cad=rjt ) 


통계적으로 유의미함을 증명한것 외엔 잘 모르겠는.. 
뭐. 그런게 논문인건가. 

결론은?
저 날데이터(raw data)를 구해서 내가 분석해보고싶다는거.. 
실험설계된것도 알고 싶고.. 


아무래도 요즘 통계병 다시 도진듯. 
한 십여년 만인듯한데.. 
그렇다고 학교로 돌아가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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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gnesKim
잡설2014. 3. 3. 11:36

어린시절 다녔던 학교의 모 선생님 부고. 

그래서 오래간만에 들어가본 학교 홈피의 선생님 소개에

이제 낮익은 이름의 선생님은 몇 분 안계시고.. 

그래도. 중3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직 계시는구나.. 


다른 선생님들은.

그때 그 선생님들은 다들 어디가셨을까.. 


겨울이면 스토브에 고구마 구워먹으며 수업했던 국어선생님도.

하늘하늘 현대무용을 전공하셨던 체육선생님 - 덕에 갑자기 무용으로 진로를 바꾸었던 친구도 있었던 - 도, 

보라색 스타킹을 좋아하셨던 미술 선생님도. 

다들 어디가셨을까. 


봄이면, 학급 환경미화작업을 한다고 저녁까지 남아 컨셉을 잡고 시트지를 잘라 꾸미던 교실.

그리고 전학년 전 반의 합창대회. 

체육대회.

시화전.


봄에 피던 앙증맞은 은방울꽃. 


여름이면 담쟁이가 뒤덮었던 도서관. 

도서대출카드에 이름을 적고, 

원하는 책이 들어올 때 까지 또 다른 책들을 찾아 헤메던 장서관. 


방학 중 중간소집일에 가서 "뭐하고 지냈냐"는 담임쌤의 말씀에 

"학원 두어군데 다니고, 공부하고, 책보고 지냈다-" 는 나의 대답에 

"왜 그러고 사느냐" 고 물어보셨던 아직도 그 학교에 계신 나의 담임쌤. 


쉬는시간이면 (조금)과격한 장난으로 청치마까지 찢어먹던 나의 친구는 이제 누구보다도 여성스러운 모습의 싸모님이 되어 

아이를 키우고 있고. 

합창대회에서의 슈퍼스타였던 친구는 예고에 진학했다는 소식 이후로 알 길이 없고 

목소리가 아름다웠던 친구는 S대 법대에 진학했다는 소식 이후로 알 길이 없고


그렇게 

그 시절 이후로 

이십오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나쁜기억 없이 지냈던 마지막 시절로서의 그곳을.

안좋은 기사로 만나게 되니

서글프다. 



Posted by AgnesKim
잡설2014. 2. 25. 15:47



어제였었다. 

작년 "두산 인문극장"을 다녀왔었고, 올해도 한다는 소식에 신청을 하다가 같이 얻어걸려 신청하게된 "낭독극장".

정확히는 그냥 막 신청하다보니 함께 신청되었고, 신청하였으니 갔던.


한강 시인과 

이성미 시인과

나희덕 시인과 함께한 시간.




고등학교때까진.

시를 읽었었다. 

시집을 사서 보기도 했었다.

어머니가 그당시에 사서 보셨던 시집 중에 기억나는 것이

"접시꽃 당신" 이라는 시집이 있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시를 읽지 않았었다.

아주 가끔. 읽긴 했지만. 



그리고. 어제 그녀들을 만나고

그녀들의 시를 만났다. 


조금 찬찬히. 

다시.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제 만난 세명의 시인의 시 부터. 




갑자기 몇일전 음도에서 성시경이 말했던 

구십년대 초반 이야기가 생각났다.


코코스.

그리고 패밀리레스토랑.

특별한 날에 가던 그곳. 


처음 가봤던 패밀리레스토랑은 코코스가 아니었으나

코코스를 처음 데려가줬던 선배가 있었고

그 선배는 처음으로 칵테일바 라는 곳도 데리고 가 줬었다.

(물론 이 두가지는 모두 동네에 있었다) 


그리고 TGIF니 베니건스니 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그것들은 통신사 할인을 타고 성업했고

친구들과의 특별한 모임에 가는 곳이었고

그 뒤로 생겨난 토니로마스나 씨즐러 등은 가족과의 특별한 모임에 가는 곳이었다. 

(아마 절대가격차이 보다는 할인 후 가격 차이- 떄문이었던듯) 


그렇게 지금은 누가 사준대도 잘 안가게 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곳에서

그때는 그렇게나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맛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특별한 날 - 이를 테면 친구 생일모임 이라던가 - 에 가는 곳이었고. 


당시의 호경기와는 다르게 내겐 많은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으나 

그래도 

라면 한그릇에 소주 한병도 맛있었고 즐거웠던 시절이었고

이제는 

무얼해도 그닥- 

잘 모르겠다. 


분명.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생각되는데. 

즐거움도

아쉬움도

기대도

취할거리도

더 없어져버렸다. 


어쩌면. 

둘은 서로 자리바꿈을 하는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그런거라고. 


어쩌면.

그저. 내가 나이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그런거라고. 



그저.

쉬고싶다. 



Posted by AgnesKim